시카고의 한 대학에서 양자물리학을 가르치는 제이슨. 턴테이블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랑하는 아내 다니엘라와 아들 찰리와 함께 나누는 저녁은 그의 소박한 행복을 상징하는 순간이다. 가끔 부부는 생각에 잠긴다. 안락과 열정을 뒤바꾸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15년 전 그들이 사랑에 빠져 어린 나이에 찰리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미술계 유망주였던 다니엘라는 유명 화가로 성공하고, 물리학계의 촉망받는 인재였던 제이슨은 연구에 매진해 세계적인 석학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런 날에는 우울이 밀려오기 전에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애써 되새긴다. 방어에 실패하는 날도 있다. 언제나 제이슨의 지성을 부러워하던 대학원 동기의 유명 과학상 수상 기념 파티가 열리던 밤이 그렇다. 제이슨이 연구를 계속했더라면 자신이 상을 못 탔을 것이라는 친구의 농담에 그의 마음속 뭔가가 무너져내린다.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제이슨의 뒤를 하나의 그림자가 휙 덮친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그것은 다름 아닌 다중우주에서 온 제이슨 자신이다. 순식간에 그에게 삶을 도둑맞고 다른 우주로 내쫓긴 제이슨은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가 "이토록 푹 빠져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 소설은 실로 오랜만이다."라고, 리 차일드가 "탁월하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이라고 추천하며 함께 읽은 책. 강렬한 흡인력으로 내달리는 이야기 끝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