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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랑하는 네 외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 내가 지시하는 산에서 그를 나에게 제물로 바쳐라." (창세기 22장) '생의 이면'을 바라보는 작가, 이승우가 창세기를 인간의 이야기로 다시 썼다. 바치라 말하는 전능하신 신과 바치겠다 말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 이삭의 입을 통해 말한다. "그것은 사랑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사랑이 한 일> 97쪽) 가장 지극히 사랑하는 것을 제물로 바쳐야 했기에 자기 자신의 몸이 아닌 아닌 아들의 몸을 바쳐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 일의 시작이라면, 이 사건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 맞다. 그렇지만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반복해 말하면 사랑이 이유이므로 납득할 수 있나. 불가해만 남은 텅 빈 자리에 우리가 인간다움이라고 말하는, 인간의 마음이 있다.
소돔의 마지막 밤,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사막에 버림받은 하갈, 아들을 제물로 바치기로 한 아브라함, 이삭의 끝없는 허기와 편애, 신의 존재를 인식한 야곱. 이승우는 성경의 빛나는 순간들을 연작 소설의 형태로 묶어 논리의 여백이 없는 단단한 문장으로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옳지 않습니다." (<하갈의 노래> 89쪽) 아무리 외치고 물어도 들리지 않는 대답.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거나 조금만 사랑하기가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사랑은 참으로 무서운 거예요."(<사랑이 한일> 107쪽) 납득해보려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탐식. "법과 도리의 세계에서 사는,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그것을 넘어서고 뛰어넘으려고 할 때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허기와 탐식> 148쪽) 계속되는 질문. 답을 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되는 그 물음이 만약 소설이 된다면 꼭 이승우의 이 소설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