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필립 K. 딕 상 후보작"
한강 작가는 2016년 부커상을 수상한 후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흰>의 한강, 2022년 <저주토끼>의 정보라, 2023년 <고래>의 천명관, 2024년 <철도원 삼대>의 황석영이 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다음 장을 기대케 했다. 바로 그 정보라의 두 번째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그녀를 만나다>(2021)에서 옷을 갈아입고 개정 출간되었다. 안톤 허의 번역으로 영문판이 소개되어 2024년 미국 타임지의 '2024 올해의 책’으로 선정, 2025년 1월 '필립 K. 딕 상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의 의료용 휴머노이드 314와 스마트카는 세계의 상실을 애도하며 나아간다. <그녀를 만나다>의 120세가 내일모레인 할머니 주인공은 한 마디에 백 마디로 대꾸하는 할머니 특유의 장광설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은 청년을, 크레인이 무너져 깔린 사람을, 광고판을 고치다 지하철에 치어 죽은 사람을,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트리고 밀어내는 장비, 기계, 생산설비, 공장, 작업장, 일터에서 죽고 또 죽은 사람들을, (241쪽) 차별하지 않았으면 살아있었을 그녀를, 지치지 않고 기억하고 애도한다. 웃고 기억하고 행진하는 사람들처럼 이야기는 뚜벅뚜벅 전진한다.
'공포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다룬다'고 타임지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정보라 소설이 묘사하는 그 많은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의 연쇄에도, <영생불사연구소> 같은 한국적인 회사 (1912년에 '일제가 망해도 우리만은 영생불사'라는 일말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유치찬란해보이는 캐치프레이즈로 설립된 회사)의 서늘한 우스꽝스러움에도 한국인들은 일가견이 있다. 정보라의 소설을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 환멸스럽고 소중한 이 세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같은 언어권 사용자에게 이 책을 특히 힘주어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