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일만 하며 살 텐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근로소득의 한계를 체감한다. 초기엔 연봉이 오르며 희망을 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은 냉혹해진다. 특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 고민은 더 깊어진다.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아이들 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금은 어깨를 무겁게 한다. 은퇴 후 노후 자금도 큰 걱정이다. 소득은 제한적인데 지출은 끊임없이 늘어나니 미래가 불안하다. 승진이나 이직으로 연봉이 오르기를 기대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기회는 줄어들고, 체력은 떨어진다. 이런 현실적 고민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안고 사는 무거운 짐이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옛말이 된 지금, 근로소득만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삶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모두를 짓누른다.
브라이언 페이지의 <소득혁명>은 이런 고민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평생 일만 하다 힘겹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보며 '자동 소득'이란 해결책을 찾았다. 그는 퇴사 47일 만에 백만장자가 됐고, 3년 만에 수천만 달러의 연 소득을 달성했다. 그의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성공한 이들의 검증된 방식을 철저히 따랐다. 부동산, 임대업, 디지털 마케팅으로 시작해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이제 그는 수십 개의 안정적인 소득원을 가진 '패시브프러너'가 됐다. 책에는 이런 성공으로 가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겨있다.
이 책은 근로소득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라는 극단적인 조언이 아니다. 현재의 근로소득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자동 소득을 만들어가는 실용적인 방법이 담겨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소득 창출 자산 목록은 당신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당신의 삶이 불안하다면, 지금 이 책을 집어 들기 바란다. 3~5년 후면 당신도 근로소득과 자동소득이라는 두 개의 튼튼한 기둥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 이제 그 첫 걸음을 내딛을 시간이다.- 편집 주간회의
"지대넓얕 시리즈의 정점"
채사장의 지대넓얕이 5년 만에 완결 편으로 돌아왔다. 첫 권이 나온 지 10년 만의 완결이다. 시리즈의 앞선 책들에서 세상의 지식들을 소화하기 쉽게 들려주던 채사장이 이번 책에선 지식이 아닌 실천을 말한다. 시리즈의 끝에서, 그는 왜 실천을 말하는가?
그는 현대의 시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왜 채워지지 않는가에 대해서 고민했고, 그 이유를 실천하지 않음에서 찾았다. 그리고 지식을 소화하고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실천은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면세계로 침잠하여 앎을 깨닫게 되는 것.
그리하여 이 책에서 채사장은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법을 안내한다. 그는 여러 단계를 통해 각자의 내면에 닿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연말, 연시 왠지 자신이 텅 비었다는 기분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는 누구인가."
이탈리아 최고의 기업가 가문의 상속녀 오리아나 디 페이트로가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 정박 중이던 요트에서 괴한의 습격받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니스 경찰청 강력반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참혹한 범행 현장에서 범인을 밝혀낼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리아나는 결국 피습 열흘 만에 사망하고, 사건은 더욱더 미국에 빠졌다. 그로부터 1년 뒤, 오리아나의 남편이자 유명 재즈피아니스트 아드리앙의 저택에 아드리앙이 부인을 살해한 후 범행에 사용한 쇠꼬챙이가 보관 중이라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고, DNA 감식 결과 쇠꼬챙이에 말라붙은 혈흔과 머리카락의 주인공이 오리아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마르세유 검찰청은 유력 용의자인 아드리앙에게 감치 명령을 내리고, 수사팀장 쥐스틴은 아드리앙의 취조를 시작한다. 그리고 취조와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 아드리앙의 숨겨진 연인으로 추정되는 아델의 존재가 드러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소설은 현재의 시점에서 아드리앙을 취조하는 쥐스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오리아나와 아델의 관점을 넘나들고, 독자는 화자들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오리아나 살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사건의 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지만, 마지막에 이르기 직전까지 사건의 진실을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다. 데뷔 이래 20년 동안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의 상상력과 교묘한 서술 속에 감춰져 있다가 순간순간 번뜩이는 반전의 단서들이 독자를 단숨에 결말까지 달리도록 몰입시키는 소설.- 편집 주간회의
"노벨문학상 한강의 처음과 지금"
겨울은 한강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검은 사슴>과 자전적인 소설 <흰>과 작가가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을 읽는다면 최신작으로 해주십사 각별히 소개한 최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꿰매 필사노트를 더한 한강 스페셜 에디션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출간되었다.
2024년 12월 한강은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을 했다.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여덟 살 한강이 1979년 4월 공책에 적어둔 천진한 시에서 시작한 실의 이미지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운 연설이었다. 이렇듯 한강의 작품은 삶과 죽음을, 현재와 과거를, 산 자와 죽은 자를, '검은 사슴'과 흰 무명천을 연결하며 이어져왔다. 스페셜 에디션을 작업한 디자이너 김이정 역시 '한강 작가님의 책을 하나의 시리즈로 엮어낸다고 상상했을 때, 실로 이어지는 모습이 떠올랐'다는 코멘트를 이 책의 물성에 덧붙였다. 차고 맑은 한강의 세계를 손에 쥐기 좋은 계절,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한 해를 마무리해본다.- 편집 주간회의
"시간은 폭력일 수 있다."
가우스틴을 처음 만난 것은 9월 초 바닷가에서 열리는 오랜 전통의 문학 학회였다. 모두가 글을 쓰고 독신이며 아직 책을 내지 못한, 스물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의 청년들이 모인 바닷가 작은 주점에서의 첫 만남 이후, 기묘한 편지를 주고받다가 연락이 끊어진 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세밀히 재현한 ‘과거 요법 클리닉’을 만들었다. 소설가인 ‘나’는 그를 도와 과거의 물건과 이야기를 모아 클리닉을 꾸미는 임무를 맡았다. 타자기와 초콜릿, 담배와 포스터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과거 이야기, 때로는 향기와 빛까지도 수집의 대상이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과거라는 동굴에 숨기를, 돌아가기를 원하는 때가 올 거야.” 가우스틴은 그것을 시간 대피소(time shelter)라고 불렀다. 과거에 다시 살 수 있다는 개념, 현재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 과거로 대피하겠다는 욕망은 나이나 병의 여부와 무관하게 점점 더 많은 이를 사로잡으며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불가리아 작가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한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한 인터뷰에서 ‘시계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이 작품이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브렉시트라는 충격 이후, ‘위대한 과거’를 들먹이는 보수적 포퓰리즘이 만연한 세태 속 공중에 떠다니는 불안의 냄새를 맡으며 그는 세계가 이미 과거라는 팬데믹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변화를 감지하는 이토록 날 선 감각에서, 영원한 과거와 노스탤지어를 향한 그릇된 욕망이 불러올 위험에 대한 한 편의 놀랍도록 시의적인 사고실험 같은 소설. 중반부에 이르러 유럽 각국이 함께 회귀할 과거의 특정한 시대를 결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모습은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우화처럼 보이지만, 이어지는 사건들은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이 퇴행의 끝이 끝내 어디에 다다를 것인지 불안과 긴장 속에 지켜보게 만든다.- 편집 주간회의
"겨울 여행자에게 류시화가 적어보낸 시"
이 시집의 제목은 알베르 카뮈가 시인 르네 샤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에서 시작됐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그가 잘 지내지 못하는 건 시를 놓을 자리가 마음에 고인 까닭이다. 시에 붙들린 이는 이제 밤을 지새워 시를 읽어야만 한다. 이런 이들의 밤에 류시화의 신작 시 93편을 보탠다. 낮의 여행자보다 밤의 여행자에게, 여름 여행자보다 겨울 여행자에게 시를 보낸다고 시인의 말에 시인은 적었다.
내가 아픔을 돌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픔이 나를 돌본 것이었다
아침을 맞이한 모든 것은, 설령 고뇌일지라도
어둠을 통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부분
겨울 밤은 겸허히 숙고하는 시간이다. 겨울 여행자는 '슬픔 곁에 그냥 앉아 있는' 밤에는 때로 '슬픔을 덮고 자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슬픔의 무인등대에서> 부분) 한 해를 닫고 새로운 해를 열며 맑고 차가운 밤 시를 쥐어본다.- 편집 주간회의
"20년 만에 돌아온 우리 시대의 고전"
뉴욕타임스는 창간 이래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던 주목할 만한 인물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Overlooked’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2018년 3월에는 유관순 열사를 재조명하고, 2021년 10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여사의 ‘늦은 부고’를 올렸던 이 시리즈에 2020년 1월 ‘정체성을 탐구한 예술가이자 작가’로 소개된 한국계 미국인 여성 예술가가 있다. 차학경. 테레사 학경 차.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1962년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으로, UC 버클리에서 비교문학과 미술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예술과 미술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스로를 가리켜 “프로듀서, 감독, 연기자, 비디오와 영화작가, 공간설치예술가, 공연과 출판문학가”로 불렀을 만큼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횡무진 작품활동을 이어갔던 그는 1982년 11월 5일 불의의 죽음을 맞았다. 당시 그의 나이 31세.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저서가 된 <딕테>의 출간 직후였다.
그의 사후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딕테>는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를 아우르며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관련 연구자 및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었다. 영어와 프랑스어, 한국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와 군데군데 설명도 없이 자리 잡은 사진들을 통해 유관순, 잔 다르크, 성녀 테레즈, 그리스 신화 속 뮤즈들, 만주 출신인 작가의 어머니 허형순, 작가 자신 등의 삶을 복잡하게 교차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전통적 텍스트의 틀을 깨는 파격으로 책을 ‘읽는’ 독자를 끊임없이 멈춰 세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멈춰선 자리에서 다시 숨을 고르고 “열린 텍스트에는 열린 마음과 열린 독법이 요구된다. 이 텍스트를 읽는 데 필요한 것은 그뿐이다.”라는 편집자의 말을 되뇌며 다시 책장을 펼친다.- 편집 주간회의
"메트 미술관 경비원의 예술 작품과 보낸 10년의 회고"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 취직하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던 저자 패트릭 브링리. 사랑하는 친형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깊은 무기력감과 상실감에 빠진다. 시끄러운 세상이 아닌, 아름답고 고요한 공간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 경비원이 되어 가장 단순한 일에 몰두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경비원으로서 보낸 10년을 회고하며 기록한 에세이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그림, 조각, 소묘, 사진, 도자기, 퀼트, 모자이크, 판화, 장식 예술 등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 세계로 안내하는 한 권의 예술서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이후 슬픔에만 갇히지 않고 서서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한 사람의 치유서로도 읽힌다. 경비원의 ‘특권’으로 오롯이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며, 또, 각각의 사연을 지닌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해 깊이 사유해 나가는 과정이 유려하고도 지적인 문장으로 펼쳐진다.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넓은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된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책장을 덮고 나면 이 책의 가치를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저자의 이 말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편집 주간회의
"공부는 효율이다."
책상에 앉으면 우리는 종종 정작 공부와는 거리가 먼 행동들에 빠져든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필통 속 연필을 고르다 색깔별로 정리하고, 책상 위 물건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렬한다. 책을 펼치려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고,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고, 이런저런 핑계로 정작 공부할 시간은 흘러가 버린다. 결국 4시간을 앉아있어도 실제 공부는 30분도 되지 않는 현실. 우리는 정말로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핑곗거리에 매달리고 있는 걸까?
물론 절대적으로 공부에 투입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결국 성적과 합격의 성패를 결정한다. <모든 시험에 적용되는 33가지 진짜 공부법>은 연세대학교 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현재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약 20년 동안 축적한 공부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연수남TV'를 통해 수많은 학생들에게 공부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면, 이번 책에서는 유튜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심화된 내용과 구체적인 사례를 담았다. 공부 과목을 바꾸어 집중력을 유지하는 ‘체인지 공부법’,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타이핑 공부법’, 효율적으로 암기하는 ‘새치기 암기법’, 그리고 키워드 중심의 ‘얼음 공부법’까지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기법들이 가득하다. 또한,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잡힌 암기법, 시간 관리 전략, 체력과 멘탈을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시험 직전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전 팁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이 책 한 권으로 완벽한 공부 로드맵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 할까? 공부는 단순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목표로 하는 삶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자, 자신감을 키우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에 지쳐 있는 당신이 공부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히 답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극강의 효율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해 보자. 명심하라, 공부는 감성이 아니라, 철저한 효율로 완성된다는 것을.- 편집 주간회의
"전미번역상 수상, 김이듬 시집"
2020년 <히스테리아>의 번역본으로 전미번역상, 2020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한 김이듬의 시집이 눈보라의 계절 찾아왔다. 시집을 여는 첫 시는 <블랙 아이스>. 포틀랜드에서 입양 기록 갖고 엄마 찾으러 한국에 온 '에밀리'와 '나'는 지번 주소를 들고 부천에서 에밀리의 엄마를 찾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시내에는 때마침 폭설이 쏟아지고... 엄마 찾는 에밀리와 엄마를 잃은 적이 있는 나는 빙판 위를 '춤을 추듯 걷는다 / 어딘지도 모르면서'
'당신을 위로하러 글을 쓰진 않아요'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이 시들은 내게 위로가 됐다. 북극한파를 맞이해 눈보라 내리는 빙판길을 걸으면서 이들은 이 막무가내인 삶을 묵묵히 걸어나간다. '스스로 만든 손목 흉터 가리려고 소매 잡아 늘리는'(<나의 정원에는 불타는 나무가 있었고>) 사람이 자꾸 흉한 일이 생기는 친구에게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부적 팔찌를 사주려는 순간, 인사동 골목길에 나란히 선 흉진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된다. 책방을 잃고 엄마를 잃고 몸을 잃어도 밤은 찾아오고 밤이라면 명작을 쓸 수 있다. 막막한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밤이 긴 이 겨울 읽기 좋은 시집이다.- 편집 주간회의
"음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12월의 주말들, 칼바람 부는 광장에 울려 퍼지는 여러 음악을 들으며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느낀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품었을 것이다. 음악이란 뭘까. 음악은 우리를 데리고 무엇을 하는 걸까. 그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은 아니지만 포괄적인 답변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책은 우리 삶의 사적인 층위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층위에서 음악이 무슨 일을 하는지 분석한다. 느낌, 사랑, 성, 사교성, 연대감, 공동체성의 주제로 음악이 해온 일과 음악의 잠재력을 파헤치는데, 저자는 '비판적 변호'로서의 분석을 강조한다. 이 책이 음악에 대한 낭만적 찬양에 그치지 않고 음악이 가진 기능의 부정적 작용까지도 관찰하고 지적함으로써 연구적 완성도를 가진다는 말이다. 그는 일상과 공공의 영역에서 음악이 정치, 사회적 배경과 엮이며 무엇을 해내거나 저지르는지, 또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인류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를 통해 책은 음악의 사회적 가치를 증언함으로써 평가절하적 통념에 완강히 저항한다. 말랑하게 읽히진 않지만, 음악의 기능에 대해 폭넓고 흥미로운 논의를 펼치는 의미 있는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여기선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
누수는 불행처럼 슬그머니 찾아왔다. 나무 천장 오목한 틈에 고여있던 물이 이윽고 뚝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습기가 책장을 습격해 낡고 소중한 책의 삼면에 퍼렇게 곰팡이를 피웠을 때. 진작 알아챘어야 한다고 후회해봤자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다. 2023년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으로 신춘문예 당선, 2024년 <언캐니 밸리>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전지영의 첫 소설집은 이 기척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집을 여는 첫 작품 <말의 눈>은 제주의 타운하우스 지붕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주의 국제학교로 학적을 옮기느라 타운하우스로 '피해자'인 딸 서아와 이주한 '수연'을 '가해자'의 부모 '지희'가 찾아온다. 내 딸이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일 수 있다는 가능성, 가해자인 내 딸도 피해자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두고 두 여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지붕에선 물이 새고 태풍이 오는데 목장에서 방목하는 말의 눈에 인간들이 비친다.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스타일리스트의 등장이다. 12월 내내 한국인의 밤낮을 사로잡은 그 '언캐니'한 불안의 징조를 소설은 미리 감지하고 경고한다. 살갗까지 다가온 불안을 물이 새는 지붕, 해무가 자욱한 바다, 어시장의 냄새, 비 오는 연못, 얼어붙은 언덕길로 비로소 알아채는 순간, 소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여기서는 말이야.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쥐>, 63쪽)- 편집 주간회의
"2025년 제70회 현대문학상 김지연"
2025년이라는 숫자가 책등에 놓인 현대문학상의 70회 수상자가 소개된다. 소설집 <조금 망한 사랑>(2024)으로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의 산뜻한 미학을 보여준 김지연의 소설과 <수옥>(2024)으로 슬픔 한 방울의 둥그런 모양을 그려낸 박소란의 시가 수상했다. 소설 부문 수상후보작으로 구병모, 권여선, 송지현, 이주혜, 최진영의 반가운 신작 소설이 함께 실렸다.
김지연의 소설 <좋아하는 마음 없이> 속 주인공 안지는 전형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마음 없이' 이른 결혼을 하고 곧 이혼을 했다. 남편의 불륜 상대였던 여자와 10년도 더 지난 뒤 한 카페에서 마주앉게 된 것은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 아들과 보험금의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통속적이고 구질구질한 상황을 김지연의 소설은 진짜 삶을 대하듯 힐끗 바라본다.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마음 없이도 해괴한 에피소드 몇 개면 삶을 다른 풍경으로 바라볼 수 있다.
2024년의 독자들이 힘든 한 해를 보낸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도 노화와 돌봄과 애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갑자기 '그걸' 하지 않는 엄마와 산부인과에 동행하게 된 딸의 이야기인 구병모의 <엄마의 완성>을 읽을 때는 문장의 리듬감과 함께 들썩였고 돌봄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하찮게 대하는 권여선의 <헛 꽃>을 읽을 때는 인물의 가차없음에 얼굴을 찡그렸다. 송지현의 <유령이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속, 딸과 연인을 잃고 상실을 나누기 위해 모인 인물들은 기어이 학교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장면의 실없음이 특히 좋았다. 나는 살아보겠다고 뭐라도 하는 사람들을, 지금 이 삶을 좋아하고 마는 사람들을, 혹은 좋아하는 마음 없이도 삶 쪽으로 기울어지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소설들이 해답의 일부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편집 주간회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4년 만의 신작"
우주에서 가장 지루한 삶을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은퇴한 수학 교사인 그레이스의 올해 나이는 72세. 그레이스는 병원에 가거나, 기증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중고품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먼저 떠난 아이와 남편이 잠들어 있는 묘지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정원은 가꾸지 않은 지 오래되어 잡초가 무성하고, 필요한 물건은 매주 배달 주문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모든 감정을 완벽 차단한 채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그레이스에게,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음악 교사 크리스티나가 스페인 이비사섬에 있는 집을 자신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1979년에 예기치 않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던 것 말고는 아무런 추억도 교류도 없었건만 어찌 된 일일까? 해답을 찾는 수학 교사의 호기심은 일상에 작은 파문을 만들고, 결국 지중해의 섬 이비사로 그녀를 데려간다. 그레이스가 크리스티나의 죽음에 관해 파헤칠수록 모든 의문은 하나의 ‘전설’로 향하는데…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작가 매트 헤이그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소설. 작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성공 이후 번아웃과 우울증, ADHD 진단 등을 겪으며 글쓰기를 그만두고자 했다. 그런 그에게 영감을 되찾아준 것은 ‘뭔가 다른 일’을 찾아 떠난 스페인 이비사섬이었다. 20년 만에 방문한 이비사는 더 이상 클럽의 성지가 아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해초 군락지가 보존되어 있으며 고유한 전설과 역사가 숨 쉬는 곳이었다. 스스로 “탈바꿈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한 작가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화의 힘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고, 글쓰기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한 소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이유와 삶의 경이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편집 주간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