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

은랑전
친애하는 슐츠 씨
당근밭 걷기
챗봇 2025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신작 단편집"

은랑전

8세기 중국 당나라. 위박(魏博) 절도사 아래의 한 장수에게 비구니가 찾아와 하나뿐인 딸을 내어달라 요청했다. “그대가 선선히 주지 않으면 내가 허락 없이 데려갈 거야.” 분노한 장수가 검을 뽑았지만, 비구니는 장수의 수염을 벤 채 홀연히 사라졌고, 그날 밤 경비병이 삼엄하게 지키는 저택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딸을 데려갔다. 비구니는 장수의 딸에게 ‘은랑(隱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객으로 훈련시켰다. 그리고 6년 뒤, 은랑은 암살자 수업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어느 절도사의 저택에 숨어든다. 하지만 저택에서 만난 절도사의 말은 은랑의 결심을 흔들고, 결국 은랑은 그를 지키기 위해 스승의 뜻을 어기고 사매들을 향해 검을 든다. 그리고 그 싸움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로 이루어진 공간 위의 또 다른 공간에서 펼쳐진다.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신작 단편집. 당대 전기소설 <섭은랑전>을 모티프로 한 표제작 외에도 총기 난사로 사망한 소녀의 디지털 복원과 그 피해 가족에게 가해지는 익명성에 기댄 인터넷 트롤링을 다룬 <추모와 기도>, 가상현실을 통한 전쟁 난민 체험의 상품화와 플랫폼의 권력화 등 첨단 기술이 현대 사회에 끼칠 우려를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다룬 <비잔티움 엠퍼시움> 등 작가의 놀라운 필력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 그리고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까지 가득 담은 신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좋은 이야기는 빈집을, 울타리 없는 정원을, 바닷가의 인적 업는 모래톱을 닮아야 한다는 작가는 독자가 이야기 속에 눌러 살며 구석구석 탐험하고, 가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다시 배치하고, 자기 내면세계의 밑그림으로 온 벽을 뒤덮고, 이로써 이야기를 자신의 집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들 가운데 자신의 집으로 삼을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뒤로가기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