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는 조심스럽다. 이 문장은 함부로 발설되지 않아야 한다. 상대가 어떤 결의 책을 읽는 사람인지 파악을 완료한 후에, 그가 나와 비슷한 류의 에세이를 즐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슬그머니 던져볼 수 있는 말이다. 내가 고려의 대상으로 올린 적도 없는 작가의 이름들을 줄줄 읊으며 반가운 동의를 구하는 표정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에세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방면으로 나아가는 글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브라이언 딜런은 에세이가 무엇인지, 무엇까지 될 수 있는지, 걸출한 에세이스트들이 그들의 글에 무엇을 담아왔는지 말한다. 그는 에세이가 취하는 형식에 대하여, 잘 쓴 에세이들에 내재하는 원칙에 대하여, 그 자신이 사랑하는 에세이의 특징들에 대하여 쿨한 분석을 내어 놓는다. 롤랑 바르트와 수전 손택과 존 디디온을 오가는, 에세이에 관한 독특하고 흥미로운 에세이가 이어진다.
폄하되거나 오독되어 왔던 에세이라는 장르의 진가를 짚어내는 이 글들엔 어딘가 시원하고 통쾌하고 또 달달한 맛이 있다. 정확한 옹호, 뻔하지 않은 칭찬의 달달한 맛. 글쓰기에 관한 책은 잘 써야만 설득력이 있고 에세이에 관한 에세이 또한 마찬가지다. 어려운 주제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잘 살려낸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기사나 논문이나 강의에서 에세이에 대해 설명할 때는 항상 이 단어의 어원을 알려준다. 에세이는 ‘시도’라고. 그래서 완벽함을 자처하지도 않고 철저한 논의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이런 말은 에세이 형식에 대한 비평적 설명이라기보다 그저 클리셰를 되풀이하는 잡담이라서, 에세이에 관해 알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에세이의 많은 것을, 그리고 시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지 못하게 만든다. 모색할 뿐 확정하지 않는다는 에세이의 한 속성이 과하게 확고한 사실로 정립된 탓이다.
- ‘기원에 관하여’ 중에서
귀여운 그림체와 담백한 에세이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마스다 미리의 이번 신작은 도쿄에서 시작한 혼자 살이에 관한 이야기다. 스물여섯에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해 혼자 살이 한 지 벌써 28년째. 도쿄에서 처음 혼자 살 집을 구하던 시절부터 팬데믹 시절을 거쳐 가장 최근의 일상까지, 마스다 미리만의 위트가 돋보이는 에세이가 담겨 있다.
1인 여성 가구의 방범 대책으로 남성용 트렁크를 사서 1년 내내 베란다에 널어뒀더니 최후에는 바짝 말라 종잇장처럼 변해버린 일, 소음 문제로 윗집 사람에게 직접 불평을 말하기보다 선물 작전을 펼쳐 티타임을 가진 후 원만하게 해결된 일, 카페 아르바이트 동료와 친해져서 휴일을 맞춰 함께 놀러 다닌 일… 대체로 혼자,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하루하루를 채운 도쿄의 아기자기한 일상들이 그려진다.
라면을 먹고, 간식으로 달콤한 빵을 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집으로 향하면서 '좋은 날이다, 완벽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미모사 빛 저녁놀과 같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좋아하는 것. 무리하지 않는 어른이 되는 것. 작가가 자기만의 속도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흐뭇하고 즐겁다. 작가처럼 슬렁슬렁 무리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채우고 싶다는 마음도 차오른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무리하고 싶지 않은 어른이었다.
무리하고 싶지 않은 것과 노력하지 않는 것은 조금 다르다. 노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노력하는 것은 때때로 즐겁다. 그러나 무리하는 건 괴롭다. 무리하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다. 무리를 한다는 건, 수면 시간을 줄이거나 식사 시간을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산책 시간을 줄이거나 혹은 멍하니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 또한 '무리'다. 어느 정도는 무리해도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내가 아니라 타인이었다. 내가 장본인이니까 '어느 정도는 무리해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연두와 푸름이는 다섯 살 차이의 남매이다. 누나 연두는 몸이 약해 어른들의 보살핌이 더 필요한 푸름이 때문에 속상하다. 엄마와 아빠는 푸름이를 잘 보살펴야 한다고만 말하지 정작 연두가 원하는 건 알지 못한다. 반면, 푸름이는 해맑은 웃음과 장난으로 무장해 온갖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 여름방학 일주일 동안 시골 체험을 하러 낯선 곳에 왔으나 경로를 이탈해 수상한 마을에 들어선 연두와 푸름이는 핸드폰 없이 유유자적 시골을 즐긴다. 그 마을의 비밀을 모른 체.
<한밤중 달빛 식당> 이분희 작가의 신작 <연두와 푸름이의 기묘한 여름 캠프>는 제목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 한여름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았다.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안 되기에 부푸는 죄책감 그리고 서러운 마음 등 이 세상 첫째 아이라면 공감할 이야기가 가득하다. "먼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지 않은 모든 첫째들을 위한 시원하고 서늘한 여름날의 판타지.
- 어린이 MD 임이지
이 책의 첫 문장
산등성이를 넘었다.
돌부리 때문인지 자동차가 시도 때도 없이 툭툭 튀어 올랐다. 연두는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연거푸 부딪혔다.
책 속에서
그동안 여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난 누나니깐. 푸름이 누나니깐. 무서워하면 안 돼요. 동생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푸름이 탓만 했어요. 푸름이만 아니면 여기에 안 왔을 테고. 아빠랑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에요. p.155
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코어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허리, 복부, 등과 같은 몸의 중심 근육,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말하는 것으로, 코어 근육은 척추 주위의 허리, 골반, 엉덩이를 연결하며 몸을 지지하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코어 강화를 위해서는 플랭크나 데드리프트, 스쿼트 같은 단순한 운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아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잘 단련된 코어 근육은 허리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어 이를 바탕으로 상·하체의 여타 근육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단련하는 기본이 된다. 특히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거나 자세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코어근육이 약할 경우 크고 작은 통증이나 질환을 겪을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몸을 건강하게 다지려면 코어 근육이 단단해야 하듯 인생의 어려움과 굴곡을 잘 이겨내고 제대로 살아가려면 내 마음의 중심에 있는 ‘코어 마인드’가 단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로 승승장구하던 지나영 교수는 한순간 찾아온 난치병으로 삶이 멈추는 듯한 큰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그는 좌절을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큰 어려움을 겪은 후 오히려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을 체험하였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뿌리 깊은 믿음인 ‘핵심 신념’을 건강하게 개선하여 심리적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를 치료해 온 경험과 스스로 난치병 환자로 살면서 체득한 삶의 통찰이 담긴, ‘마음의 중심’을 단련하기 위한 데드리프트 같은 책이다.
- 자기계발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마음이 좀 더 끌리는 쪽으로 결정하면 그것이 바로 좋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