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함의 풍경에는 정형화된 요소들이 있다. 회색빛의 배경, 바쁜 현대인, 네모난 건물들. 똑같이 줄지어선 네모난 건물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은 이 직사각형 건물투성이의 세계에 악평을 남긴다. 이런 세계는 "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조로움".
그는 단조로운 세계가 우리에게 해롭다고 말하며 관대하고 인간적인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한다. 가우디의 까사 밀라를 필두로 에펠탑, 타지마할, 할그림스키르캬 등등 이 비정형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매일 지나다니는 행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손을 내민다. 이 건물들은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손쉽게 허물리거나 다른 건물로 대체되지 않는다. 그는 인간적인 건축이 환경에도 이롭다고 말한다.
따분함에 질색하는 책인 만큼 이 책 자체도 따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수백 장의 삽화, 다양한 폰트 크기, 글의 내용을 강조하는 장치들로 책은 매 장 넘길 때마다 참신한 재미가 가득하다. 영감을 주는 편집,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일부 건축가는 스스로를 예술가로 여긴다. 문제는 나머지 우리가 이 ‘예술’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분한 영화, 따분한 소설, 따분한 그림을 피하듯 피할 수가 없다. 그들의 ‘예술’은 우리 모두가 생활하고, 일하고, 쇼핑하고, 치유하고, 가르치는 장소가 된다. 그들의 ‘예술’은 우리가 매일 걷는 따분한 거리, 즉 우리에게 스트레스와 불행과 외로움을 주고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약화시키며 지구를 오염시키는 거리가 된다.
우주에서 가장 지루한 삶을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은퇴한 수학 교사인 그레이스의 올해 나이는 72세. 그레이스는 병원에 가거나, 기증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중고품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먼저 떠난 아이와 남편이 잠들어 있는 묘지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정원은 가꾸지 않은 지 오래되어 잡초가 무성하고, 필요한 물건은 매주 배달 주문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모든 감정을 완벽 차단한 채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그레이스에게,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음악 교사 크리스티나가 스페인 이비사섬에 있는 집을 자신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1979년에 예기치 않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던 것 말고는 아무런 추억도 교류도 없었건만 어찌 된 일일까? 해답을 찾는 수학 교사의 호기심은 일상에 작은 파문을 만들고, 결국 지중해의 섬 이비사로 그녀를 데려간다. 그레이스가 크리스티나의 죽음에 관해 파헤칠수록 모든 의문은 하나의 ‘전설’로 향하는데…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작가 매트 헤이그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소설. 작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성공 이후 번아웃과 우울증, ADHD 진단 등을 겪으며 글쓰기를 그만두고자 했다. 그런 그에게 영감을 되찾아준 것은 ‘뭔가 다른 일’을 찾아 떠난 스페인 이비사섬이었다. 20년 만에 방문한 이비사는 더 이상 클럽의 성지가 아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해초 군락지가 보존되어 있으며 고유한 전설과 역사가 숨 쉬는 곳이었다. 스스로 “탈바꿈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한 작가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화의 힘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고, 글쓰기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한 소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이유와 삶의 경이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 소설 MD 박동명
경찰 고덕은 우연히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얻게 되고, 살해당한 새끼 고양이의 진실을 파헤치며 천 년 집사가 될 운명에 놓인다. 천 년 집사는 세상의 모든 생명의 윤회를 돕는 존재로 고양이의 말을 한다고 전해진다. 한편, 인간에 의해 교배되어 탄생된 백호 티그리스와 유대를 나눈 소년 테오는 티그리스가 안락사당하는 순간 고양이의 능력을 얻는다. 테오는 복제와 근친 교배로 고통받는 생명들의 비극을 알게 되고, 이를 끝내기 위해 고덕과 협력한다.
고양이들은 아홉 번의 환생을 통해 특별한 능력을 얻어 인간과 소통하며, 생명의 존엄과 공존의 가치를 일깨운다. 그러나 연쇄 킬러가 고양이의 특별한 능력을 악용하려 하고, 이를 막지 못하면 모든 생명이 위기에 처한다. 고덕과 테오는 아홉 번 다시 태어난 전설 속의 백 년 고양이를 찾아 모든 고양이 능력을 모으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길을 모색하며 위협에 맞선다.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동물 복제, 생명 경시 풍조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교배되는 품종묘와 고양잇과 동물들... 반면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학대받고 죽어가는 길고양이. 비인간 동물들을 돕는 인간을 괴롭히는 인간들.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열다섯에 곰이라니> 추정경 작가의 글은 책장을 넘기기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는 것에 당혹스러운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우리는 자유 의지가 있는 길고양이다. 누굴 주인으로 섬기거나 굴복하지 않아!" "가끔 밥을 주는 착한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은 주인이 아니라 친구다." p.177-178
미래엔아이세움의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 <처음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2020년 첫 권을 선보인 이래, 초등 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서로서 탄탄하게 자리 잡아 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어 '삼국지'를 새로운 인문학 시리즈로 선정해 어린이 독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소설가 이문열의 <삼국지>를 토대로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이다. 글과 만화가 적절한 분량으로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 보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독자, 삼국지를 끝까지 읽어내지 못한 독자 모두를 사로잡을 만큼 흥미진진하여 흠뻑 빠져 읽게 만든다. 마지막에는 인물 관계도, 삼국지 집중 탐구, 삼국지 완전 정복 코너를 두어 학습적인 부분도 짚어준다. '삼국지가 이렇게나 재밌는 책이었어?'란 생각이 새삼 들면서 다음 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어린이 MD 송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