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가족각본 호랭면 저스트 키딩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신작"
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저출생이 문제지만 동성 부부가 아이를 가지면 논란이 되고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아이를 위한 제도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저출생을 걱정하는 긴박한 어조와 정치권에서 내놓는 대책의 간극은 너무 커서 자주 의아하다. 당장의 인구 절벽 앞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낳는 아이만 사회적 승인을 받을 수 있는 현실. 사회가 이미 정해둔 가족 구성에 개인은 그저 끼워 맞춰져 의도된 대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에 대해 김지혜 교수는 '가족각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책은 가족각본의 현실과 문제를 살핀다. 한국 사회가 '며느리'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결혼과 출산의 절대공식은 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인지, '정상가족'이 아닌 가족 구성에 대한 염려에 숨겨진 성별 분업 관념과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에 숨겨진 국가권력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분석한다. 깨닫는 이에게만 오는 해방과 희망. 각본이 깨어져야 미래로 갈 수 있다. 저자의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이어 우리가 "온정적인 얼굴"로 행하는 "강력한 차별"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가족이 견고한 각본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각본에 따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성인이 되면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등의 역할을 맡는다.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오에 겐자부로, 인류 멸망을 예감한 사람들"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1~2 세트 - 전2권
오에 겐자부로 지음, 김현경 옮김 / 은행나무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한때 권력의 중심부에 섰던 남자는 돌연 모든 것을 버리고 은둔 생활에 들어간다. 그의 새로운 거처는 핵 전쟁의 공포가 절정일 때 지어진 후 방치된 '핵셸터'로 늪지대에 자리하여 사회와 완벽히 차단되어 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그는 여생을 "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것"인 고래와 나무를 위한 대변자로서 살아가기로 한다. 이들과 교감하고 그 혼에 호소하며 마침내 인간 최후의 속죄를 전하기 위하여.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깊은 눈을 가진 그의 아들도 이곳에서 무수한 들새 소리를 듣고 생전 처음 자발적으로 말을 내뱉으며 활기를 찾는다.

명상과 자라나는 나무 관찰, 고요한 습지 풍경, 새소리로 채워진 단조롭고도 평화로운 가족의 일상은 갑작스러운 외부의 소란으로 깨어진다. 핵셸터 근처에서 경찰과 군이 보유한 총기 탈취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기획한 청년들은 곧 대지진이 일어나 시대가 붕괴할 것이라 예측하고 그날을 대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기존 질서를 일탈해 사회의 주변부에서 스스로 '자유항해단'이라 명명한 청년들의 기치와 행동은 정적과 단념뿐이던 남자의 삶을 뒤흔든다. 인류의 종말을 예감한 이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출간 당시 오에 겐자부로가 "이번 작품이 지금까지 나의 총결산"라고 한 소설을 초판 표지 그대로 다시 만난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한 문장
그날 깊은 밤, 바다가 부풀어 올라 지표까지 뒤덮어버려 궁지에 내몰린 사멸 직전의 고래들이 그를 찾아와, 셸터 콘크리트 벽을 손바닥보다 부드럽게 젖은 무게감이 있는 것, 즉 지느러미로 계속 두드렸다. 반쯤 잠이 든 상태로 그는 자신이 그런 존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느낀다. 그렇게 자기를 부르러 오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현실 세계의 모든 관계를 포기하고 핵셸터로 옮겨 온 것이라고 꿈속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고래들이 셸터 벽을 부수고 침입하는 일은 없다. 이튿날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그는 습지대의 연습장에서 합숙 훈련을 하는 자위대 군악대원들이 불량소년들에게 습격을 받았고 그 가운데는 중상을 입은 자도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벽을 두드린 건 손바닥을 다쳐 힘을 줄 수 없는 자위대원이었을까? 아니면 셸터에 숨어 지내는 자마저 뒤이어 습격하려고 불량소년들이 간을 본 걸까? _1장 ‘핵셸터’ 중에서

추천의 글
60년대 말, 다가올 변혁기의 첫 신호로 대학 분쟁의 물결이 전국으로 퍼졌을 때 오에 겐자부로의 침묵은 상징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고래와 나무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오키 이사나와 현대판 노아의 홍수에 출항하려는 자유항해단 사이의 대립과 협력 속에서 그 침묵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 시바타 쇼

진실로 무서운 소설이다. 일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폭력을 해방’시키는 세계를, 현실의 여러 사건을 예지하며 그리는 이 소설은 그간의 오에 겐자부로 소설 우주 전부를 종합한다. 종합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 노마 히로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가공할 현실의 모습 그 자체로 변해 다가오는 묵시록적인 세계. 오에의 신작은 1970년대 일본의 균열과 부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정신들을 묵시록적인 조명 아래 드러내려는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결국 현실이 될 대홍수와 파멸의 조짐을 일찌감치 예감한 무력하고 무정형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 발하는 ‘신호’를 시시각각 기록한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내는 오에 씨의 필치가 훌륭하고, 문체 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오오카 마코토
북트레일러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얼음 동동 호랭면 한 그릇, 냉면 잔치"
호랭면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연이은 폭염에 잠 못 드는 밤, 입맛은 사라진 지 오래다.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한 나의 비책이 있으니, 바로 '냉면'이다. "비냉 하나, 물냉 둘 포장이요. 혹시 견과류가 있으면 다 빼주세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집에 있는 날이면 배달보다는 포장을 선호한다. 포장이 저렴하거니와 시간적으로도 더 빠른 이유다. 식물과 드라이브, 그리고 냉면을 좋아하는 작가 김지안이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냉면 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노는 거라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아홉 살 동갑내기 세 친구, 오늘만큼은 무더위에 지쳤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세 친구는 우연히 신비한 얼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세 아이들이 먼 길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쯤, 절벽 울고 있는 고양이를 구하려다 동굴 속으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그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냉면 폭포! 허겁지겁 냉면을 먹던 그때, 아이들 머리 위로 냉면의 주인이인 호랑이가 나타난다. 과연 세 아이들은 호랑이로부터 벗어나 신비한 얼음을 찾아 돌아갈 수 있을까?

<튤립 호텔> 김지안 작가의 신작. 작가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중간중간 만화 형식의 컷,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야기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재미,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 세 아이들이 냉면을 먹고 내뱉는 내레이션은 마치 냉면을 먹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듯하다.

'구수한 메밀 향 가득한 면발, 새콤하고 아삭한 오이절임과 무 절임, 슴슴하고 입에 촥 붙는 국물까지.
세상에 이런 맛이 또 있을까. 머리가 쨍! 턱이 덜덜! 지금이 여름이 아니라 겨울인가 싶을 만큼 시원했단다.' - 유아 MD 김진해
책 속에서
"이거라면 더위도 이겨 내고 신나게 놀 수 있을 거요!"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정용준의 '짧고 작은 이야기책'"
저스트 키딩
정용준 지음, 이영리 그림 / 마음산책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소설 만세>라는 선언(!)을 할 정도로 소설에 진심인 소설가 정용준의 짧고 작은 이야기 책. 소설집의 제목으로 선택된 작품 <저스트 키딩>의 문제의식은 그야말로 시기적절하다. 비 내리는 새벽의 편의점. 점원은 카운터 저쪽의 사람들이 손님이 아닌 강도라는 '모자'의 말을 듣는다. '주머니에 뭐 있을 것 같아요? 칼, 아닐까?'(96쪽) 이 수상한 말을 믿어야 할까? 한차례 소동 후 점원은 '모자'에게 언젠가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듣는 상황에 처한다. '한국은 이래서 안 돼. 몰래카메라잖아. 저스트 키딩. 외국처럼 여유 있게 웃고 넘기면 되는데.'(105쪽) 골목길에서, 쇼핑몰에서, 교회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들의 '수상함'을 경계하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런 방식으로 내 삶에 겹쳐볼 수 있는 선택지를 내놓는다.

'소설을 쓰기 어려운 게 바로 그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괴상한 삶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203쪽) 이 문장처럼 소설은 불가능하기에 겸손해진다. 도저히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의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 알 수 없기에 이야기는 묵묵히 계속된다. 알 수 없어 읽는 사람들의 삶에 함께 놓이면 좋을 작은 이야기와 함께 밤을 맞이할 땐 이런 문장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야기를 소리 내어 두 번 읽고 눈을 감으세요. 이야기가 감은 눈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며 고요히 잠을 청하세요...' (43쪽)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세신사 신 씨는 문을 열고 탕 내로 들어섰다.

이 책의 한 문장
당신이 지은 죄는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닙니다. 형량은 그렇게 나왔겠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파괴됐거든요. 당신과 당신을 닮은 자들이 그 사람을 끈질기게 물고 또 물었죠. 상처 난 곳에 이빨을 박아 넣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피가 흐르면 낄낄거리고 핥아대며 좋아했죠. 그냥 한번 살짝 깨물었을 뿐이라고 다들 주장하겠지요. 그러니까 내 책임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숨이 끊어져 결국 쓰러졌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북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