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주말들, 칼바람 부는 광장에 울려 퍼지는 여러 음악을 들으며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느낀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품었을 것이다. 음악이란 뭘까. 음악은 우리를 데리고 무엇을 하는 걸까. 그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은 아니지만 포괄적인 답변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책은 우리 삶의 사적인 층위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층위에서 음악이 무슨 일을 하는지 분석한다. 느낌, 사랑, 성, 사교성, 연대감, 공동체성의 주제로 음악이 해온 일과 음악의 잠재력을 파헤치는데, 저자는 '비판적 변호'로서의 분석을 강조한다. 이 책이 음악에 대한 낭만적 찬양에 그치지 않고 음악이 가진 기능의 부정적 작용까지도 관찰하고 지적함으로써 연구적 완성도를 가진다는 말이다. 그는 일상과 공공의 영역에서 음악이 정치, 사회적 배경과 엮이며 무엇을 해내거나 저지르는지, 또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인류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를 통해 책은 음악의 사회적 가치를 증언함으로써 평가절하적 통념에 완강히 저항한다. 말랑하게 읽히진 않지만, 음악의 기능에 대해 폭넓고 흥미로운 논의를 펼치는 의미 있는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음악은 중요하다. 사람들의 삶과 사회를 풍요롭게 할 만한 잠재적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은 어떻게, 왜, 어떤 상황에서 그런 힘을 발휘할까? 똑같이 중요한 물음 한 가지를 덧붙여보자. 어떤 경우에 음악의 그러한 힘이 약해지는가?
이탈리아 최고의 기업가 가문의 상속녀 오리아나 디 페이트로가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 정박 중이던 요트에서 괴한의 습격받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니스 경찰청 강력반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참혹한 범행 현장에서 범인을 밝혀낼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리아나는 결국 피습 열흘 만에 사망하고, 사건은 더욱더 미국에 빠졌다. 그로부터 1년 뒤, 오리아나의 남편이자 유명 재즈피아니스트 아드리앙의 저택에 아드리앙이 부인을 살해한 후 범행에 사용한 쇠꼬챙이가 보관 중이라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고, DNA 감식 결과 쇠꼬챙이에 말라붙은 혈흔과 머리카락의 주인공이 오리아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마르세유 검찰청은 유력 용의자인 아드리앙에게 감치 명령을 내리고, 수사팀장 쥐스틴은 아드리앙의 취조를 시작한다. 그리고 취조와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 아드리앙의 숨겨진 연인으로 추정되는 아델의 존재가 드러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소설은 현재의 시점에서 아드리앙을 취조하는 쥐스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오리아나와 아델의 관점을 넘나들고, 독자는 화자들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오리아나 살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사건의 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지만, 마지막에 이르기 직전까지 사건의 진실을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다. 데뷔 이래 20년 동안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의 상상력과 교묘한 서술 속에 감춰져 있다가 순간순간 번뜩이는 반전의 단서들이 독자를 단숨에 결말까지 달리도록 몰입시키는 소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첫 문장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빛 하늘이 최면을 걸듯이 눈길을 잡아끈다.
이 책의 한 문장
행복의 맛이란 위험하기 그지없다. 난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의 곁에 있으면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곳에는 절대로 어두운 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누수는 불행처럼 슬그머니 찾아왔다. 나무 천장 오목한 틈에 고여있던 물이 이윽고 뚝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습기가 책장을 습격해 낡고 소중한 책의 삼면에 퍼렇게 곰팡이를 피웠을 때. 진작 알아챘어야 한다고 후회해봤자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다. 2023년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으로 신춘문예 당선, 2024년 <언캐니 밸리>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전지영의 첫 소설집은 이 기척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집을 여는 첫 작품 <말의 눈>은 제주의 타운하우스 지붕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주의 국제학교로 학적을 옮기느라 타운하우스로 '피해자'인 딸 서아와 이주한 '수연'을 '가해자'의 부모 '지희'가 찾아온다. 내 딸이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일 수 있다는 가능성, 가해자인 내 딸도 피해자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두고 두 여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지붕에선 물이 새고 태풍이 오는데 목장에서 방목하는 말의 눈에 인간들이 비친다.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스타일리스트의 등장이다. 12월 내내 한국인의 밤낮을 사로잡은 그 '언캐니'한 불안의 징조를 소설은 미리 감지하고 경고한다. 살갗까지 다가온 불안을 물이 새는 지붕, 해무가 자욱한 바다, 어시장의 냄새, 비 오는 연못, 얼어붙은 언덕길로 비로소 알아채는 순간, 소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여기서는 말이야.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쥐>, 63쪽)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언니는 죽이고싶은 사람 없어요?"
혜경이 화들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A의 아내는 혜경과 눈을 똑바로 맞춘 채 깔깔 소리 내어 웃었다.
<나무 집> 시리즈로 뛰어난 상상력을 갖춘 작가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린 앤디 그리피스가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앤디 그리피스와 그림작가 빌 호프가 협업하여, 제목처럼 '한계 없는' 모험기를 들려준다. 기발한 상상력과 위트가 넘쳐흐르는 글과 그림이 찰떡같이 만나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행운의 토끼발'을 잃어버린 주인공 '나', 기니피그 '푸키'를 잃어버린 또 다른 주인공 '너'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모험 차를 타고 '잃어버린 물건들의 나라'로 향한다.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모험 차는, 큰 나무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버리고, '나'와 '너'는 길도 잃고 목적도 잃고 '갈피'를 잃고 헤매게 된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나가는 여정에서 황소와 주먹머리 형제 일당, 책-갈피도 만나게 되는데…
각 페이지마다 두 작가의 글과 그림이 꽉꽉 들어차 있다.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 묘사, 깨알 같은 대사, 아주 소소하고 작은 그림조차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읽을거리, 볼거리가 풍성하고, 엄청나게 재밌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앤디 그리피스의 상상력은 정말 한계가 없는 것 같다. <나무 집>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의 작품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어린이 MD 송진경
추천사
앤디 그리피스의 시대를 새롭게 열 작품. ‘너’와 ‘나’의 모험은 진정 '언리미티드'이다. 여지없이 허를 찌르는 대단한 상상력. 그의 독창성에는 도무지 경계가 없다. - 가디언
'나도 책에 나오게 해 주세요!'라는 어린이 팬들의 요청에 힘입어 탄생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