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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에 납품될 신형 공격 헬기가 도난당한다. 그리고 이 헬기는 새로 가동될 원자력 발전소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원격 조종으로 이 헬기를 조종하는 테러리스트는 일본 내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 처리하지 않으면 헬기를 발전소 위에 추락시키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전국에 생중계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 연구원의 아이가 어쩌다 그 헬기에 탑승한 상태였던 것이다. 협상할 사안이 두 개로 늘어난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맹점과 위험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불붙는다. 그리고 '비행기가 추락해도 안전한 원전'을 주장해 온 정부는 실제로 항공기가 추락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해야 할 지 아니면 계속 모른 척할지 고민한다. 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천공의 벌>은 사회 문제를 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여전히 빛을 발했던 90년대 중반의 작품이다. 이후 십수 년이 지나 3.11 사태가 벌어졌고, 그런 뒤에 이 작품이 뒤늦게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전형적인 스릴러의 형식을 빌어 원전 가동의 실태와 문제를 지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제 의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제서야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체감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이 소설은 이제 소설로만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