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작가는 위대한 과거’를 들먹이는 보수적 포퓰리즘이 만연한 세태 속 공중에 떠다니는 불안의 냄새를 맡으며 영원한 과거와 노스탤지어를 향한 그릇된 욕망이 불러올 위험에 대한 한 편의 놀랍도록 시의적인 사고실험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
마음에 이는 무늬를 섬세하게 수놓으며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증명해온 소설가 김금희가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동양 최대의 유리온실이었던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슴 저릿한 비밀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신념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역사소설로, 김금희 소설세계를 한차원 새롭게 열며 근래 보기 드문 풍성한 장편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창경궁과 창덕궁을 둘러싼 자연에 대한 묘사, 한국 최초 유리온실인 대온실의 건축을 아우르는 역사, 일제강점기 창경원에 감춰진 비밀, 오래된 서울의 동네인 원서동이 풍기는 정취,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소설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써내려가는 ‘수리 보고서’는 건축물을 수리하는 과정을 담은 글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아픈 역사와 상처받은 인생의 한 순간을 수리하고 재건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는 어떤 마음의 상처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필수요소, 마치 문고리나 창틀이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인 것처럼 삶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두려운 나머지 잊고 묻어두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하게 된 주인공이 보고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때 이 방대한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는 이 작품을 읽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마음의 성장을 실감하는 동시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2023년 10월, 문학동네시인선이 출범 13년 만에 200번을 돌파했다. 세상에 200개의 컬러를 더한 문학동네시인선을 향한 독자들의 너른 사랑은 이어지는 컬러들에도 더욱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문학동네는 문학동네시인선 200번 이후의 시집 중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오믈렛』 『당근밭 걷기』를 새로 리커버해 선보인다. 이번 3종 리커버는 ‘런치박스’를 콘셉트로 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과 식재료를 담아낸 제목들은 평범해 보이는 삶의 이면으로부터 잠재된 가능세계를 찾아내는 시적인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제목에 대해 시인들은 출간 당시 편집부와 진행한 미니 인터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연유를 밝힌 바 있다. ‘런치박스’ 리커버는 보다 제목에 집중하여 시각적으로 해상도를 높인 표지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새로 단장한 다채로운 색의 소다수와 오믈렛, 당근 케이크는 마냥 달콤해 보이면서도 어쩐지 고요해, 못다 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알고 싶게 궁금한 겹을 지닌 이미지 너머에서 울려나오는 시적인 속삭임을 들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