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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영화로 보고 소설로 읽는 이유는 그 예정된 결말이 여전히 현재에 말을 걸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섬세한 자료조사를 통해 평전 <봉준이, 온다>를 펴내기도 했던 작가 이광재가 전봉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동학농민혁명의 발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힘있게 펼쳐진다.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의 장군들과 흥선대원군과 이철래, 김교진 등의 젊은 관리 그리고 을개, 갑례, 더팔이 같은 장삼이사까지. 사람들은 모두 '나라'를 꿈꾸며 싸우고 스러진다.
<난설헌>, <홍도> 등의 작품을 독자에게 소개해온 혼불문학상의 다섯번째 수상작. "단언컨대, 세상은 지금 안전"하지 않기에,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갑오년에 쏜 총알이 지금도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썼다고 말하는 작가가 준비한 정성스러운 문장들이 한 시대의 존엄한 몰락을 위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