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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독서 행위를 광기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어느 장소'에 관한 이야기, '책들이 상처를 주고, 중독시키며,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의 문이 열린다.
린트부름 요새의 젊은 공룡 미텐메츠는 대부 시인 단첼로트의 유언에 따라 종적을 감춰버린 천재 작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으로 향한다. 부흐하임은 그야말로 진정한 책들의 도시.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의 수가 5천개가 넘고 하루 24시간 시인들의 작품 낭독회가 열리며, 귀한 책을 낚기 위한 책 사냥꾼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재능있는 작가와 퇴락한 시인, 독설을 내뱉는 비평가와 돈이 되는 책만 찍어내는 편집자, 삶의 모든 것이 '책'에 맞닿아있는 책의 도시다.
그곳에서 미텐메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위험천만한) 모험에 휘말린다. 전설적인 책 사냥꾼 레겐샤인의 전설, 누구도 그 정체를 모르는 그림자의 제왕, 문자 그대로 책을 먹고 사는 부흐링족 이야기... 거대한 혼돈의 도시 아래 자리한 지하 미로에서 온갖 이야기, 온갖 전설과 만나게 된다. "무시무시한 성 밑에는 지하실이 있기 마련, 그리고 어떤 지하실에든 괴물이 산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에 대한,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훌륭한 작품이다. 독일의 유명 판타지 작가 발터 뫼르스의 장편소설로, 상상력 자체도 훌륭하지만 행간 사이사이의 유머감각이 빼어나다. 소리내어 깔깔 웃다가도 다음 순간 이 세계, 우주 전체가 하나의 '시'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소설.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하는 공포, 사랑의 슬픔과 이별의 고통, 죽음의 두려움...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멋진 책이다.
(책장 사이사이 가득한 삽화는 책의 내용과 아주 잘 맞아떨어지며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 박하영(200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