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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시인, 한강의 언어"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소설가로 잘 알려진 작가 한강이 엮은 첫 시집. 기실 한강의 소설이 독자에게 선보인 문장은 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 '나의 심장'이라고 이름붙였던 파일을 불러내자, 하나뿐인 서늘한 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 문장을 지우고 기다린다. 온 힘으로 기다린다. 파르스름하게 사위가 밝아지기 전에, 그녀가 회복되었다,라고 첫 문장을 쓴다. (<밝아지기 전에> 中, <노랑무늬영원>)

    이렇듯 작가가 '온 힘으로 기다린' 단단한 문장들이 60편의 시로 실렸다. 새벽, 고요, 눈, 저녁, 겨울, 빛 같은 이미지들.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몇 개의 이야기 12 전문)과 같은 오래 읽고 깊이 소화해야할 만한 감정들.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회복기의 노래 전문) 같은 시의 문장과 문장 사이, 작가의 소설 <회복하는 인간>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심장함. 상처입은 영혼에게 빛처럼 닿는 언어, 한강의 말이다.
    - 시 MD 김효선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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