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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열여덟 살의 여름에 일어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일. 그 여름을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60여 년이 흘러야 했다. 그간의 어떤 작품에서도 언급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몇 번이나 펜을 들어보았지만 그때마다 무기력에 빠져 중단했다. 그 기억의 구멍을 차라리 잊은 채 살아가고 싶었던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처절한 결심으로 겨우 글을 완성했다고 한다. 쓰이지 않는다면 그 아이가 경험한 것은 영원히 설명되지 못한 채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므로.
차마 그 수치심의 기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던 작가는, 한때 '나'였으나 이제 내가 아닌 '1958년의 여자아이'를 '그녀'로 분리하여 기억의 가장자리에서 중심부로 조금씩 다가간다.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여름방학 캠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녀. 순식간에 경멸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해야 했던 그녀를, '나'는 완전히 버려두었다. 심지어 '나'는 그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교수자격증을 따고 글을 쓸 예정인 똑똑하고 단정한 문학 전공 여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캠프 장소를 찾아가 그 기억을 끊어내기까지 했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기억의 대면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에르노는 "삶을, 시간을 붙잡고 이해하는 것이 나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하는 그 순간에는 경험하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그렇게 그 순간들을 끌어당겨 겨우 기억의 중심부로 다가간 '나'는 그녀를 기어이 구출해낸다.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선언한다. 그녀는 나고, 나는 그녀라고. 바로 그녀로부터, 추락에서 추락으로 이어져 글쓰기라는 안식처로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나 내게 강요된 타자의 법칙 앞에 압도되어 자신을 상실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주체가 되기 위해 분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여자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는 백수린 역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