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누아르 마스터' 헨닝 망켈"
스웨덴 소도시의 해안가로 떠내려온 구명보트. 그 안에 두 사람의 시체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발란데르 경위는 즉시 출동한다. 부검과 조류 분석이 진행되는 가운데 보트가 라트비아에서 왔음이 밝혀지고, 발란데르는 그쪽 경찰에 모든 것을 넘기고 수사를 종결할 꿈에 부푼다. 그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그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향하게 될 것임을. 과중한 업무와 만성 피로, 깊은 우울과 환멸 속에서 정의 구현이라는 초심은 사라지고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던 한 형사가 한겨울의 리가에서 맞닥뜨린 것은 거대한 충격으로 그의 실존을 뒤흔든다.
발란데르는 목격한다. 소련의 붕괴를 앞둔 1990년대의 풍경을. 소련의 위성국가들을 둘러싼 견고한 장벽에 난 균열과 그 틈으로 밀어닥치는 자유의 물결을. 잃어버린 자유를 찾으려는 사람들과 자유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리가의 공기 중에 떠도는 공포가 희망을 짓누르고 회색빛 거리에선 고통의 역사가 절규한다. 스웨덴에서 배운 수사의 문법은 라트비아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 전체주의 국가의 감시와 압제 속에서 진실에 가닿으려 갖은 수단을 쓰며 고군분투하는 발란데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일까.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는 깨닫는다. 그가 결코 원치 않았던 거대한 음모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스웨덴 누아르의 마스터'라는 호칭이 빛을 발하는 헨닝 망켈의 수작, '발란데르 시리즈'를 만난다.
- 소설 MD 권벼리 (202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