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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소설가 '영'이었던 이들. 박상영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너무도 바쁜 삶을 살았다. 2NE1의 노래처럼 '아름다운 서울 시티'를 질주하는 BPM.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사랑하며. 수시로 농담하고, 취한 채 노래방에서 케이팝을 부르던 사람들. 시끄러운 도시의 밤에도 소음과 소음이 멈추는 적요한 순간이 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는 날렵함으로 박상영은 퀴어적인 무표정을 살폈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의 첫 장편소설이 '박상영 월드'의 출발점에 깃발을 꽂는다. 2002 월드컵의 열기와는 상관없는 세계, D시의 수성구의 퀴어 소년 '나'는 어른이 되어 이 도시를 떠날 생각뿐이다. 아버지의 실패한 사업과 어머니의 열렬한 신앙과 누추한 아파트와 털이 많은 몸, 그러니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감추고 싶다는 욕망뿐이던 그가 도윤도를 사랑하게 된 순간 세상이 흔들린다. 학원에서, 쪽방에서,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수영장에서 그는 향기와 촉감을 지닌 한 인간을 사랑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상담 전문가가 된 현재의 내게 도착한 인스타그램 DM(수성못에서 발견된 시신을 상기시키는)을 통해 과거의 내가 내게 도착한다. 자우림의 음악을 듣고 싸이월드에 교환일기를 쓰던 그 시절. 나의 과거는 캔모아의 무한리필 생크림 토스트가 혀에 닿는 순간이기도 했고, 1등부터 523등의 성적이 중앙 현관에 나부끼는 야만이기도 했다. 박상영은 과거의 어느 한 면도 부정하지 않고 세밀하게 그 시절을 직조한다. 이 소설에서 소설가 정세랑은 '우리를 할퀴었던 감정들'을 읽어냈고, 영화감독 변영주는 '그 순간의 절망적인 행복감'을 기억해냈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은 후엔 어쩐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박상영의 소설과 함께 당신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