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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때가 되었다,고 수경은 생각한다. 15평 빌라에 수경의 가족, 수경의 원가족까지 다섯 식구가 모여 산다. 동료가 건넨 음료수에 졸피뎀이라는 약물이 들어 있었다. 정신을 잃은 수경은 약물 성범죄를 운 좋게 피했지만, 그 이후의 삶이 수경에게 남아있다. 정의로운 후속 조치는 없었고, 수경은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남편은 수익이 없는 전업 투자자, 아버지는 사기로 집을 잃어 수경의 집으로 옮겨온 처지고, 엄마는 수경의 사건 이후 하던 청소일을 그만두었다. 수경이 직장에서 벌어온 돈으로 겨우 버티던 가족이 '침몰'하는 게 느껴진다. 이제 수경은 생각한다. 산다. "어떤 분노는 가난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15쪽) 법. 수경은 이제 스스로가 억지로 수습되어야 함을 안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을 할 수 없게된 수경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택배일을 시작해 '사업자'가 된다. 이렇게 플랫폼노동의 길에 들어선 가족. 아빠는 도보로 음식을 배달하고 남편은 앱으로 콜을 받아 대리운전을 한다. 그렇게 가족이 생계를 꾸리던 가족이 '헬프 미 시스터' 앱을 향해 저벅저벅 나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이서수가 소설로 썼다. 모욕보다 입 하나의 무게가 더 무서운 이라면, "그냥 견딜 만하니까, 단지 그 이유로 계속"(143쪽)하는 일을 알고 있는 이라면 이 이야기가 건네는 '윤슬 한 조각'의 빛깔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의 장편소설. 소설가 박상영이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