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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잊을 순 있어도, 잃을 순 없는” 우리들의 시인(박연준) 최승자의 시집이 복간된다. 1993년 <내 무덤, 푸르고>와 2010년 <쓸쓸해서 머나먼> 사이. 시인을 사랑하는 이들이 잘 알고 있는, 신비주의와 병증의 시기, '침묵의 세계' 직전에 발표한 마흔 편의 시가 엮여 있다. 타로 카드에서 대비밀, 혹은 메이저 아르카나로 알려진 22장의 카드 중 6번 Lovers 카드에서 제목을 빌린 시집, <연인들>이다.
초판을 출간하며 <연인들> 직전의 시기를 '이전의 내 의식이 얼마나 많은 죽음의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던가, 고통 외로움 불행감 등 온갖 형태의 죽음의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던가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기간이기도 했다.'라고 썼던 시인은 이제 '가히 참, 아름답다.'고 쓴다. '절단되었던 다리가 새로 생겨나오는 것 같다.'는 시인 앞에 빈 공책이 놓여 있다.
누가 펼쳐놓았나.
아무것도 씌어져 있지 않은 이 빈 공책.
나직한 시인의 음성으로 쓰인 시. <빈 공책>을 다시 읽는다. '그 환장하게 배고픈 노래들'(62쪽, <또다른, 걸인의 노래>)이 드디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