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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설가의 세계가 추구하는 경향성을 짐작하려면 단편소설을 읽는 것이 좋다. 소설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기어이 시선이 향하는 주제 같은 것이 그 소설가만의 개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장편소설 <아몬드>로 한국의 8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일본서점대상을 받기도 한 소설가 손원평의 첫 소설집. 짧고 대담하고 강렬하게, 손원평이라는 프리즘을 투과한 빛이 내려 앉는다.
표제작 <타인의 집>에 모여사는 네 명의 사람들. 쾌조씨와 재화언니와 희진과 나는 서로를 잘 모른다. 아파트의 원래 주인은 알지 못하는 불법 쉐어하우스이지만, (나 역시 하우스메이트로 이런 식의 집에 살아본 적이 있는데, 불법적인 계약이라 그 집에 주소를 둘 순 없었다.) 지하철역, 스타벅스, 멀티플렉스에 도보로 이동 가능한 어엿한 아파트를 적은 비용으로 누리려면 '자본주의'의 법칙에 동의해야 한다. 비용을 더 지불하지 않았다면 방에 딸린 개별 화장실은 쓸 수 없고, 전 세입자가 자살한 적이 있는 방이면 값이 내려가는 법칙. 우리의 삶의 요소를 너무나 크게 좌우하는 '집'의 문제는 이렇게 많은 우연과 법칙으로 정해진다. 자신의 집을 에어비엔비로 내놓은 사이가 나쁜 부부의 집이든 (<사월의 눈>), 영화의 남편을 불구로 만든 공사를 하다 만 아파트 단지의 흉물스러운 집이든 (<zip>) 공간과 사람을 보는 손원평의 서늘한 시선엔 공통적인 요소가 있고, 그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 역시 단편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몬드>의 그 소년들의 뒷 이야기 <상자 속의 남자>를 만나는 것 역시 손원평을 아끼는 독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