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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안아줘요,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2002년 6월 15일, 전국이 월드컵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속에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 작가 채영주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수십만권의 책을 팔아치운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었고, 유명 문학상 한 번 수상한 경력이 없다. 그러나 어찌 이력만이 문학 인생의 다일까. 채영주는 사랑의 진정성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였으며 절망의 끝에서도 희미하게 미소지을 줄 아는 이였다.
슬픔은 치밀어 오르는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라 했던가.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작가의 유언에도 조금씩 퍼져나간 채영주의 사망 소식은 그를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 속에 한 방울씩 눈물을 떨어뜨려 마침내 깊고 넓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년, 유고집이 나왔다.
'바이올린맨'은 생이 절망과 고통으로 뒤범벅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빨리 깨달아버린 한 소년의 슬픈 성장기다. 보험 사기로 먹고 사는 삼촌은 월세를 내는 날 울지 않아 동정을 사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한다. 결코 조용히 있는 법이 없는 상미 누나는 누가 보든 말든 요란스럽게 삼촌과 관계를 맺고, '돈'을 벌어들이는 일이라면 더러운 짓도 마다 않는다.
아이들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굳게 닫힌 마음 때문에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나를 학교의 '주먹'들은 때리기 일쑤다. 다른 아이들은 그저 무관심할 뿐이다. '나'는 단지 이 현실은 꿈이며 '내'가 정말 속한 곳은 다른 공간이라는 상상 하나로 울음을 삼키며 암담함을 견뎌낸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이 열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알려준 '바이올린 만드는 남자', 삼촌에게 맞은 상처를 치료해주는 '윤주 누나', 따뜻한 감자 한 알로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 아름다운 첫사랑 '시은'. 그는 그들의 마음을 느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정말 믿을 수 없는 생각. 그 순간이 제발 현실이었으면'하고 바란다.
날 안아줘요,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텅 빈 방에서 홀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외로움을 아는 그는 간절히 원하고 또 기도한다. 하지만 결국 '내' 곁엔 아무도 남지 않는다. 성장이란 그렇게 독한 것. 너무도 독해서 고통도 악몽도 아니며 과거로조차 남지 않는 것. 일찍 커버린 아이는 예정된 불행이었다고 생각할 뿐, 울음도 터뜨리지 않는다. 다시 꽁꽁 마음을 닫으면 그 뿐임을 알기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달려갔는데, '그'는 이제 그 자리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 먹는다.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반드시 그들을 다시 만날 거라고. 설사 수없이 뱃고동을 울리며 수많은 수평선을 건너야 닻을 내릴 수 있는 곳에서라도 해도."-「문학과 사회」2002년 봄호에 남긴 채영주의 편지 중에서
*사실 이 책은 온전한 유고집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미발표된 작품은 '바이올린맨' 2부 뿐. 허나 책에 수록된 세 편의 작품은 채영주 문학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기에 의미가 크다.
* 자전소설 '미끄럼을 타고 온 절망'을 읽을 때는 Journey의 노래 'Open Arms'를 함께 들어보길. 소설의 주요한 테마이기도 한 이 곡은 작품과 놀랄 정도로 잘 어우러진다. - 박지영(2003-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