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단어가 있는 곳. 말을 배우는 중인 에즈미에게 아빠가 일하는 '옥스포드 영어 사전' 편집실은 요술 램프를 연상케 하는 '마법의 장소'다. 유치원 대신 편집실에서 놀던 에즈미가 처음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Bondmaid'라고 쓰인 단어 쪽지가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부터였다. '세상의 모든 단어는 전부 사전에 실리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사전에 실리지 않은 단어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사전 편집자의 일이란 단어 사용에 대한 '합의'를 찾아내는 것이며, 사전에 싣지 않은 단어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잊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머지않아 아이는 깨닫는다. "어떤 단어들은 다른 단어들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사전에 실을 단어와 싣지 않을 단어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국인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사전의 권위에서 밀려난 단어들은 주로 여성들의 단어라는 것을. 에즈미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일을 시작한다. '잃어버린' 여성들의 단어를 수집하는 일을. "단어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단어들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가능할까?" 작가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자 우리를 정의하는 도구인 '단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이름을 다시 호명하고 복원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