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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 건축사 아오세가 의뢰인에게서 받은 유일한 요청이었다. 내면의 세계를 자유로이 펼치는 건축가가 되겠다는 푸른 꿈은 어느샌가 흩어지고, "시키는 대로 도면을 그리는, 그저 편리한 도구"로 쓰이는 데 익숙한 나날. 그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아오세에게 당도해, 굳게 잠긴 무언가를 연다. 자물쇠를 채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건축에 대한 진심. 그리고 '빛'의 기억을. "빛을 환대하고, 빛에게 환대받는 집을" 짓고 싶었다. 부드럽게 실내를 감싸 안는 빛. 다정하고 따스한 빛. 그것은 반드시 북쪽의 빛이어야 했다.
'남향'이라는 건축계의 '신앙'을 깨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지은 아름다운 북향의 집. 의뢰인은 찬사를 보냈고, 집은 '일본을 대표하는 주택'이라는 타이틀로 잡지에 실려 유명해졌다. 집이 완성된 후엔 건축주와 연락하는 것이 금기이지만 아오세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이나 마찬가지인 그 집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러나 의뢰인은 연락이 닿지 않고, 직접 찾아가본 그 집엔 사람이 산 흔적이 전혀 없다. 의뢰인 가족이 증발한 것이다. 당황한 아오세는 집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의뢰인의 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우리가 머무는 곳. 살아가면서 우리는 공간뿐 아니라 사람에, 직업에, 꿈에, 기억에, 빛에, 소중한 수많은 것에 머문다. 소설은 '생'이라는 물결 속에서 닻을 내려 머무르고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가 대표작 <64> 이후 7년간 깊은 슬럼프와 싸우며 써낸 책. 어쩌면 <빛의 현관>은 작가에게 자신이 읽고 싶은 단 한 권의 책, 아니 평생 그 안에서 살고 싶은 단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고요히 빛나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