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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작가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말한다. "문학에 흑인 영국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게 불만스러워서" 열두 명의 흑인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마침표가 사라진 자리에 문장이 흐르는 소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10대 소녀에서 90대 할머니까지, 연극 연출가에서 은행 부사장에 이르는 다양한 시공간 속 다양한 열두 사람의 삶이 이어져 함께 흐른다. 시대와 풍경이 달라져도 소멸하기는커녕 일상을 더욱 촘촘히 파고드는 억압과 편견. 그에 맞서 뜨겁게 살아낸 열두 빛깔의 생이 반짝인다.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에는 작가가 평생 질문하고 추구해온 가치들이 응축되어 있다. 백인 학생들 가운데 유일한 흑인으로 보낸 학창 시절, 획일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학교와 달리 다양성을 존중하는 예술의 세계로의 매혹, 연극 학교를 졸업하고도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활동에 제약이 따르자 직접 흑인 여성 극단을 만들고 페미니즘 운동을 해온 경험. 의문을 품는데 그치지 않고 행동해온 작가의 모습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있다. 2019년 부커상 시상식에서 에바리스토와 마거릿 애트우드가 공동 수상자로 나란히 선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벅차게 했다. 생생하게 빛나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