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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을 소개한 한국과학문학상이 장편 부문 수상자 박해울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저급한' 기계인간이 아닌, 완벽한 인간만을 승무원으로 뽑은 초호화 우주크루즈 '오르카호'가 예기치 못한 운석 충돌로 난파되었다. 난파선에서 의사 '기파'가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지구에서는 기파 평전이 출간되어 그를 오르카호의 성자로 기념한다. 우주택배일을 하는 '충담'은 우연히 오르카호를 발견하고, 우주선 속 기파를 찾으면 상금으로 아픈 딸을 수술할 수 있기에 그의 기척을 간절히 뒤쫓는다. 그렇게 기파의 진실을 따르며 이야기가 질문을 던진다.
'기파'의 발상은 향가 <찬기파랑가>에서 출발한다. 기파랑의 마음 끝은 냇물에, 조약돌에 어린 듯하고, 그가 떠난 자리에 놓인 사람들은 그의 가치를 뒤늦게 쫓는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삶의 격을 높일 수 있을까. 기계 장기로 생체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고도로 발전된 사회임에도 여전히 소설 속 사회는 생체 장기를 고급스러운 것으로, 기계 장기를 가난의 상징으로 층위를 나눔으로써 차별을 지속한다. 사이보그로 구성한 비공식 승무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길로만 다녀야 하는 초호화 우주크루즈를 상상하며,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작가 박해울은 독자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격에 대해 질문한다. "글은 기술이 아닌 인격으로 쓴다는 걸 보여준 따듯한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