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에서 기이한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살해된 사람의 목에 남은 물린 자국과 사라진 피. 살인자가 피를 마시고 쾌감을 얻는 ‘뱀파이어병 환자’라는 소문이 돌면서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장관 자리에 오르려는 야망으로 가득찬 경찰청장 미카엘 벨만은 경찰을 등진 해리 홀레를 협박해 수사를 맡도록 한다. 다시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을 깬 해리. 살인 현장의 사진을 본 그는 무언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무언가 알 것만 같다. 마치 "모르는 밴드의 음악을 들었는데 그 곡을 누가 썼는지 아는 것"처럼, 혹은 "기억에서 지워진 꿈의 메아리"처럼.
전설적인 형사 해리 홀레. <폴리스> 이후 3년 동안 그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랜 연인 라켈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안온한 나날. 해리는 생애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루에도 몇번씩 생사를 오가던 날들은 아득했다. 다시 피의 냄새가 진동하는 범죄의 한복판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내가 아는 건 살얼음판 같은 행복 위를 걷는 게 무섭다는 거야. 어찌나 무서운지 어서 끝나기를, 그냥 물속에 빠지기를 바라지.” 행복의 크기에 비례해서 계속 커져가는 두려움. 불안한 행복을 뒤로 하고 차라리 익숙한 불행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목마름. 피를 갈망하는 살인자의 목마름과 범죄에 이끌리는 해리의 목마름이 서로를 알아본다. 해리는 오슬로를 구하고 겨우 찾은 자신의 행복 또한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