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평생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병으로까지 연결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말이다.
불우한 아동기를 버텨내고 성공 신화를 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좀 고루하게 느껴지긴 한다. 재미없고 낡은 서사다. 그래도 그것은 서사적 측면일 뿐, 개개인의 인생에선 이런 성공 신화가 더 많이 탄생하길 바랐다. 더 지겨워질 정도로, 일상적으로. 그래야 세상에 공정함이라는 게 존재하는구나 위안 삼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현실은 바람과 다르다. 어린 시절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20년 짧단다.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질병에 걸릴 확률은 최소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믿고 싶지 않을지라도 밝혀져야 하는 진실이 있다. 소아과의사인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돌보던 낙후 지역의 환자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불행과 질병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불우했던 그 자신의 어린 시절 배경을 바탕으로 환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한 연구였다. 대단한 발견이지만 그저 "멋진 의사야"하고 마지막 장을 덮기엔 책이 말하는 내용이 무겁다.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이제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해야 한다. 몇 개의 숫자로 찍히는 출산율보다 언제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잘 길러낼지"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