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
오래된 마을 교회 뒤편에 자리한 공원 묘지, 33년 전 벌어진 '카타리나 사망 사건' 이후, 묘지는 적막하다. 자신을 키워주던 묘지관리인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피터는 할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묘지관리인으로 외롭게 살고 있다. 괴롭힘과 놀림을 받는 세상보다 묘지의 적막이 더 익숙한 피터에게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카타리나 사망 사건에 대해 묻기 위해 형사가 찾아오고, 피터는 자신을 찾아왔던 여섯 살 한나를 떠올린다. 한나가 갇힌 수정구슬 속,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엄마가 나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세상에서 탈락한 이들에게도 같은 속도로 시간은 흐른다. 첫째 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그리고 남은 날까지 피터는 묘지로 자신을 찾아왔던 자신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고독을 기억해낸다. 엄마, 항아리, 추위, 냄새, 어제, 달, 고독. 단어를 천천히 되새기는 동안 이야기는 차분하게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사람이 살았고 그 삶의 기록이 도처에 있는데, 왜 그 뻔한 패턴을 인간은 힘들여 반복하는' 걸까. 삶이 머물고 난 자리에 남아있는 것. 어쩌면 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
- 소설 MD 김효선 (202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