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 지식 노동자의 슬픈 현실을 낱낱이 까발렸던 김민섭의 신작이다. 책을 펴낸 후 대학을 떠나 8년 동안의 '유령의 시간'에서 벗어난 그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며 대리사회의 민낯을 좀더 가까이서 목도했다. 필명 309동 1201호가 아닌 본명 김민섭으로 펴내는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읽어낸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모두의 세상을 응시하고자 했다는 그의 말처럼, 대리운전을 하며 그가 보고 느낀 것들은 결국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대리노동을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책의 주제는 무겁지만 그렇다고 그의 글마저 한없이 가라앉지는 않는다. 우리의 노동이 결코 패배가 아니라는 일말의 희망도 감지된다. 르포 작가를 꿈꾸고 있다는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