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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들을 여러 권 읽은 독자들은 그의 소설들이 대부분 비슷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안다. 2014년에 발표된 그의 최신작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도 그 대열에 속해 있다. 미스터리 소설의 냄새를 풍기면서 증거를 통해 과거의 진상을 밝히려는 시도가 있고, 그 시도는 어느 순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며, 주인공은 판명이 불가능한 과거의 안개 속을 떠밀리듯 떠돌아다니게 된다. 과거는 어떤 패턴이나 단서의 징후까지는 보여주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해답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말하자면 파트릭 모디아노의 세계는 답이 될 수도 있었을 가능성들의 세계로, 그 가능성들이란 작가 자신의 삶 속 기억들과 닮아 있다(역자 후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러나 조각들은 한 번도 맞물린 적이 없었으며 모디아노가 어떤 종교적인 계시를 받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로 같은 구조를 가진 세계 속에서 길을 잃는 모디아노의 소설들을 한 시대 전의 누보로망의 일종이라고 생각해도 좋을까?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누보로망의 몰락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모디아노의 소설 속 인물들이 더 잘 좌절하고 고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은 잘 짜여진 미로 자체에 주목하는 대신 그 속을 떠도는 한 인간의 내면을 우선시하며, 독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지는 동시에 등장인물들 역시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앞에서 당혹스러워한다. 이런 설정은 고전적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을 염두에 둔 타협적인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결과적으로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더 이상 어떻게 나아갈 수 있겠는가? 불분명한 미로 같은 세계 속에서 "나는 안다"라고 말하거나 마치 본래 그런 것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가?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는 더욱 간결해진 구조 속에서 예전보다 좀더 일찍 혼란에 빠지는 인물을 묘사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주인공이 혼란에 빠진 뒤에도 우울해지지 않는다. 세계는 혼란스러운 채로 여전히 선명하다. 특히 마치 아름다운 사진처럼 갑자기 멈추어버린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고 나면, 독자도 그와 닮은 인생의 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조각난 순간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하고도 상쾌한 예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