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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의 글을 꾸준히 읽은 이라면 <시의 힘>이란 제목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할 텐데, 그는 어린 시절부터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 조국을 처음 경험하고서는 그 기억을 시로 적어 자비 출판으로 시집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 그가 시인으로 불리지는 않지만, 그는 그 시절 어딘가에서 자신의 시를 읽고 공감해줄 미지의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문학 하는’ 의미를 깨닫는다.
그는 이와 겹쳐서 동아시아 근대의 흐름에서 ‘시의 힘’을 발견한다. 루쉰을 필두로 한용운, 윤동주, 박노해, 최영미가 승산과 효율성과는 무관한 시인의 일을 증명하고, 그들이 그때 부른 시가 소외되고 상처 입은 현실을 노래하는 시임을 확인한다. 그는 시와 문학에 힘이 있는지 되물으면서도 이 시대야말로 어느 때보다 그 힘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시대가 요청하는 자기 역할을 완수하고 그 과제를 공유하는 이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그의 시, 문학론은 그의 삶과 글에서 이미 자기 증명을 마친 게 아닐까. 더불어 그가 전한 저항과 격려의 언어가 오늘의 숱한 독자를 흔들어 깨우는 건, 앞서 던진 물음 '시에 힘이 있을지'에 대한 답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