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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점 인근 서울시립미술관은 최근 열린 호퍼전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연일 붐빈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옛 건물을 보존한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서 관람객들은 건물 위쪽을 올려다 보며 이 미술관에서 만나게 될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한다. 높은 천장, 대리석 바닥, 주광색 조명과 침묵으로 이루어진 화이트 큐브의 권위가 있다. 그러나 김선지의 신작 <뜻밖의 미술관>의 표지를 들추면 만날 수 있는 그림인 캉탱 마시의 <추한 공작부인>처럼, 이 공간의 이면을 들추면 추악하고 불편한 이 세상의 진면모가 보인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 속 천문학>의 저자인 예술 칼럼니스트 김선지가 한국일보에 연재중인 '뜻밖의 미술사'가 단행본으로 독자를 만난다. 소수자에 대한 배제는 미술관에도 존재한다. 시대를 앞서간 르네상스인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프릭'에 열광하며 '괴물같은 얼굴들'을 흥미 중심으로 수집했다는 것을, 남성의 육체가 우수하고 아름답다는 그리스의 미학에 탐닉한 미켈란젤로가 여성의 몸도 남성처럼 묘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작가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까. 앞서 이야기한 호퍼 역시 아름다움과 취약함을 모두 가진 인간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예술가도 결국 그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한 인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때는 옳고 지금은 그른 것들을 살펴보며 우리 시대의 미학의 기준을 다시 세워보는 경험, 뜻밖이지만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