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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의 작은 마을에서 20년째 묘지지기로 일하고 있는 비올레트. 매일 묘지의 꽃과 나무를 정성스레 돌보고 묘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동안 세월이 삶을 풍화시키고 죽음마저 풍화시키는 것을 무수히 보았다. 어쩌면 묘비명은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추억을 꼭 붙들어 두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비올레트는 생각한다.
그렇게 소설 속 94개의 장은 누군가의 묘비명으로 시작한다. "죽음은 당신 꿈을 꾸는 사람이 더는 아무도 없을 때 시작된다.”라는 깊은 고독부터 "밀짚모자 사이로 보이는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어."라는 반짝이는 환희까지. 세상을 떠난 자들과 남은 이들, 그리고 비올레트의 사연을 읽으며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려 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의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인식하고 매순간 감탄하며 누릴 수 있다면, 필멸임을 알면서 살아가야 하는 삶도 그리 허망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