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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읽기'는 사회적 성공으로 향하는 자기계발의 도구로 인식되지만(그마저도 큰 쓸모로 치부되진 않지만) 본격적 읽기는 사실상 지배층의 관점에서 불온한 일이 맞을 것이다. 스피박은 문학 읽기를 "정신의 습속을 바꾸"는 시도를 통해 사회 정의를 향한 의지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비장한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가 보는 읽기의 쓸모는 사회 정의의 세부에 대한 상상력을 끊임없이 훈련하는 과정이다. 그런 준비 없이 지속되고 확산되는 정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그가 이 책에서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서머타임> 등을 읽는 방식은 문학 텍스트 내를 산책하는 쪽보다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들여다보고 집어내어 살펴보고 씹어보는 쪽에 가깝다. 스피박은 텍스트의 내밀한 지점까지 걸어 들어가 작품이 질문하고 욕망하는 것을 따라가길 권한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자리를 찾았을 때 그는 우리가 "텍스트에 담긴 최상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그 자신의 저작인 <세 여성의 텍스트와 제국주의 비판> 과 <잘못을 바로잡기> 의 한계와 오해된 부분을 밝히며 다시, 정확히 읽히기를 요청한다.
이 책은 스피박이 진행한 강연을 갈무리한 것이다. 다루는 텍스트, 스피박의 개념 등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 책 또한 수월하게 읽히진 않지만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그의 관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는 확실히 도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읽기와 교육에 대한 그의 분명한 태도는 무저갱으로 향하는 현 세계의 정치 앞에서 굳이 곱씹어 봐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