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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에 신작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청춘을 에워싸던 음악들과 영혼 깊숙한 곳에 가닿아 '나'를 변화시킨 음악들, 퇴근길에 들이키던 맥주의 맛과 야구에 대한 오랜 애정, 그리고 알지 못할 사이 인생의 행로를 조금씩 틀어왔을 사소한 기억의 편린. 일인칭 '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여덟 개의 이야기로 하루키 월드를 다시 만난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여기 이렇게, 일인칭 단수의 나로서 실재한다. 만약 한 번이라도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형성한 무수한 사건과 감정을 회상하고 기록하는 마음에 대하여. 그것을 통과하던 시기에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하고 끝내 받아들 수 있게 되는 것은 더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아졌기 때문일까. 70대에 접어든 노작가가 덤덤히 돌아보는 생의 뒷모습이 저마다의 삶을 만들어온 크고 작은 순간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압도적인 일인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