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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을 설명할 때 이스탄불을, 이스탄불을 설명할 때 나 자신을 설명한다." 오르한 파묵은 여러 인터뷰에서 고향 이스탄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토로해왔다. 그의 아홉 번째 소설 <내 마음의 낯섦>은 급격한 도시화와 군사 쿠데타, 동서양의 문화 충돌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낸 이스탄불과, 풍파 속에서도 묵묵하게 삶을 일구어 온 '보통의 선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헌정사라 할 수 있다.
1969년 이스탄불은 전국 각지에서 돈을 벌러 상경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12세 소년 메블루트와 아버지도 양들과 호수, 포플러 나무가 있던 마을을 뒤로 하고 이스탄불행 열차를 탄다. 늦은 밤 역에서 내려 난생 처음 본 바다는 꿈처럼 어둡고 잠처럼 깊다. 바다 너머 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유럽 쪽의 풍경이 마법처럼 낯설다. 그렇게 그들은 이스탄불 외곽 무허가촌에 자리를 잡고, 터키 전통 음료 '보자'와 요구르트 통을 지게에 진 채 밤낮으로 거리를 돌며 정직한 삶을 꾸려 간다.
2012년의 이스탄불, 급격한 도시화로 소년과 아버지의 단칸집이 무너지고 유년의 추억들도 함께 스러져간다. "Tower"라는 간판을 단 고층 건물들이 속속 올라가고 밤낮으로 도시를 밝혀 어릴 적 밤바다의 풍경을 지운다. 다정한 이웃들은 무례하고 인내심이 없는 사람들로 변한 지 오래. 그런 이스탄불을 보며 메블루트는 40년간 보자통을 메고 거리를 헤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파묵은 이스탄불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 속에 촘촘히 엮여 있는 터키의 현대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보듬어 안는다. 2006년, 비교적 이른 50대 초반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묵은 이번 작품으로 여러 평론지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인생의 역작을 저술하는 희귀한 작가가 됐다"는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