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역사가 늘 다른 모습을 한 채 반복되기 때문이다. '과거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우리가 맞닥뜨리는 위기의 본질은 언제나 닮아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각국 중앙은행은 1930년대 대공황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공조에 나섰다. 만약 그 교훈이 없었다면 세계 경제는 훨씬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초고율 관세와 공급망 재편 역시 100년 전 세계를 흔들었던 보호무역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오늘의 세계는 과거의 실패를 경계하면서도, 자국 우선주의와 국제 협력 사이에서 다시금 복잡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지금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 흐름이 나타나지 않은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 안개를 헤치고 다가올 미래에 대응할 힘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역작이 바로 마틴 돈턴의 <권력과 통치>다.
이 책은 대공황부터 브레턴우즈 체제의 탄생, 신자유주의의 영욕, 팬데믹 이후의 글로벌 경제 격변까지 100년 세계 경제사의 맥락을 정교하게 해부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덮을 때 무력감이 아닌 방향감을 갖길 바란다. 경제적 국가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더 포용적이고 공정한 자본주의를 향한 국제 협력만이 출구임을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100년의 실패와 성공을 함께 목격한 독자라면, 지금 이 위기 앞에서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흐름을 읽는 자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다가올 경제적 격변 속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이 책을 펼치는 것이다.
1,506.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세계의 100년이 조용히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오리라.
- 경제경영 MD 김진해
추천의 글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 주도의 통치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돈턴의 저서는 폭넓고 시의적절하다." -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세계 무역과 금융이 어떻게 역사를 바꿔왔는지 그 본질을 꿰뚫는 탁월한 역사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장구한 연대적 고찰로 보나 폭넓은 주제로 보나 이에 견줄 만한 책은 본 적이 없다." - 프랭크 트렌트만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 역사학 교수)
"현재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방안으로 ‘다원적 다자주의’를 제시하는 너무나도 탁월한 책이다." - 수닐 암리스 (예일대학교 역사학 교수)
김보영의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최초 출간 2015) <당신에게 가고 있어> (최초 출간 2020), <미래로 가는 사람들> (최초 출간 2005) 합본호가 2026년 출간됐다. 작가의 오랜 팬이 프러포즈를 하며 낭독하기 위해 소설을 청탁하고, 작가는 이에 응해 서로를 만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 연인의 이야기를 선물했다. 가족 때문에 다른 항성계에 다녀와야 하는 여자친구를 지구에서 9년간 기다리는 대신 우주선 ‘기다림의 배’에 올라 기다림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한 남자는 고독하고 위태로운 항해를 지속하며 편지를 쓴다. 우주의 시간으로 9년 7개월 후, 지구의 시간으로 (아마도) 223년 후 쓴 열세 번째 편지에 남자는 이렇게 쓴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나는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라고.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글쓰기가 부드러워지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은, 또 한 사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사람의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꾸게 될까 생각합니다. (82쪽, 작가의 말)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 바로 나(151쪽)라서. 사랑하는 당신의 기억을 살게하기 위해 삶과 항해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소설 속 연인의 우주적 사랑은 많은 걸 바꾸어놓았다. '사람이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만으로도 우주는 변화합니다.'(184쪽)라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을 청탁한 연인은 무사히 결혼해 삶을 항해하고 있고, 2026년 출간 합본호에 소설가와 함께한 대담을 실었다. 작품도 항해를 계속한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 번역자 소피 보우만은 영미권 대표 출판사 하퍼콜린스를 통해 김보영을 소개했고, 영미권 독자의 사랑은 할리우드 영상화 계약으로 이어졌다. 어떤 이야기는 계속 산다. 한 사람에서 출발해 세계로 뻗어나간 이야기의 힘이 읽는 사람을 틀림없이 바꾸어 놓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생각해봐. 우리가 과거라고 착각하는 건 전부 다 현재야. 모든 게 다 현재라고."
이제야 그 말뜻을 알 것 같아.
과거는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가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실존하는 것은 지금 섬광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 찰나의 현재뿐이지. 지난 상처가 마음을 쑤시는 건 실상 그 기억을 떠올리는 뇌가 지금 막 쏟아낸 화학물질 탓이지.
2026년 1월. 육아휴직 끝에 복직해 유아 분야를 새로 맡게 된 나에게 <만희네 집> 30주년 특별판이 찾아왔다. 이 책은 내게 각별해졌다. 장독대와 자개장이 있는 옛집에서 가족과 뛰노는 어린 만희의 일상을 우리 아기가 유난히 좋아해, 매일 <만희네 집>을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졸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께 읽던 어느 날,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나는 눈을 의심했다. 책 속 만희 할아버지 집도 우리 할아버지 집과 흡사했지만, 만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 나의 유년의 그것과 완벽히 똑같았다. 특히 욕실 한켠의 기린과 북극곰, 나무 블록을 보는 순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어떤 장면들이 선명히 되살아나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립고도 정겨운 어린 날의 기억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게 <만희네 집>은 아기와 나에게 소중한 책이 되었다. 그리고 30년 만에 만희의 이야기가 <만희네 꽃밭>으로 다시 돌아왔다. 현실의 만희는 이제 서른이 넘는 어른이 되었고, 권윤덕 작가는 이제 책 속 할머니의 나이가 되었지만, 작가는 "누구에게나 살면서 길든 짧든 붙들어 두고 싶은 시간이 있다. 내게는 <만희네 집> 그림 속 시간이 그렇다."라고 말하며 그 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작은 손으로 텃밭에 모종을 심고 새싹과 인사를 나누고 무르익은 열매를 수확하며 계절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풍경들에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삶의 온기가 가득하다. 나에게 아기라는 존재가 처음 열어 보여준 그림책이라는 세계는 너무나도 깊고 아름다웠다. 그 안에서 <만희네 집>과 <만희네 꽃밭>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언제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으로, 온 힘으로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 유아 MD 권벼리
작가의 말
1995년 12월 《만희네 집》이 나왔다. 1993년 12월경부터 준비해서 꼭 2년이 걸렸고, 이 책으로 나는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림책 속의 만희가 지금의 커다란 만희가 맞나 싶게 아득하다. 항상 일에 쫓겨 유치원 종일반에 맡겨 두고, 저녁이면 부랴부랴 맨 마지막으로 아이를 데려오곤 했다. 밤에는 또 내 일을 하고 싶어서 아이를 얼른 재우려고 그림책을 꺼내 읽어 주었는데 가끔씩 내가 먼저 졸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만희에게는 그림책을 읽을 때가 엄마와 떨어져 있던 낮 시간을 대신하는 시간이었을 거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한 시기를 그렇게 그림책과 함께 깔깔대며 웃고 무서워하고 슬퍼하던 경험은 이후 내게도 삶의 큰 버팀목이 되었다. 독자들 가운데는 감사하게도 《만희네 집》의 그림이 따뜻하고 마음으로 그린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때 매일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상 속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 있었고, 어떻게든 그 시간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바람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종일 집 안을 맴돌며 보고 만지는 것들을 짬짬이 스케치북에 그려 나갔다. 부엌에서 싱크대와 커피 잔을, 안방에서 자개장과 문갑을, 화단에서 꽃과 나뭇잎을, 장독대에서 항아리를, 현관에 가지런히 정돈된 우산과 식구들 신발을, 옥상에 올라가 햇볕에 널은 이불과 빨래를 하나하나 보고 그렸다.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꼼꼼히 그렸냐며 놀라지만, 당시 내가 아는 방법은 오직 하나하나 수놓듯이 그려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면 시 부모님 방에 있던 자개장을 어떻게 그렸나 싶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길든 짧든 붙들어 두고 싶은 시간이 있다. 내게는 《만희네 집》 그림 속 시간이 그렇다. 그림책 속 여섯 살 만희는 이제 서른이 넘은 어른이 되었다. 나는 이제 《만희네 집》에 나오는 할머니의 나이가 되었고, 오래전 시댁에서 분가해 지금은 작은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 그래도 30년 전 《만희네 집》의 생활은 그대로 지금 여기로 이어져 오는 듯하다. 할머니가 쓰시던 손재봉틀을 물려받아 모터를 달아서 쓴다. 손에 익숙한 그릇과 조리 도구들, 햇볕에 널어 뽀송뽀송한 빨래와 이불, 작은 마당 한편의 조그만 채소밭, 계절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 풀과 나무들, 그리고 꽃밭… 지금도 이런 것들이 나의 일상을 풍성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면서 일상의 소중한 것들,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내 가족 내 이 웃과 나누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1914년 8월 5일, 대영제국이 독일제국에 선전포고하며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 기숙학교 프레슈트의 동급생들에게 전쟁은 여전히 먼 이야기였다. 토론 동아리 소식과 학생들의 자작시, 학교 안팎의 시시콜콜한 소식이 실리던 학급 신문에도 전사자 명단과 추모 글이 하나둘 실리기 시작했지만, 몇몇 소년들에게는 전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 서로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던 두 소년, 곤트와 엘우드. 곤트는 엘우드를 향한 강렬하고 금기된 감정에 시달리다 집안의 강요에 떠밀려 충동적으로 입대한다. 곤트를 그리워하던 엘우드도 곧 뒤를 따라 같은 부대에 합류한다. 메스꺼울 정도로 참혹한 참호 속에서 두 동급생은 그동안 감추고 외면해 왔던 감정을 마주하기 시작하는데…
2024년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작.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한 시대의 감수성과 젊음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냈다. 가상의 기숙학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쟁을 낭만적 상상으로 소비하던 십 대 소년들이 실제 전장에 내던져지며 겪게 되는 급격한 인식의 전환과 내면의 균열을 따라간다. 작가는 20세기 초 모교인 말버러 칼리지 학생들이 발간한 학급 신문을 읽다가, 토론 동아리나 크리켓 기사 등으로 채워지던 지면이 전쟁 발발 이후에는 대재앙을 겪는 십 대 소년들이 다른 십 대 소년들에게 보내는 글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친구의 죽음을 겪고 애도의 시를 쓰다 끝내 자신도 전쟁에서 죽음을 맞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저자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의 비극을 잊히지 않게 하겠다는 열망으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
- 소설 MD 박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