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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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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산문"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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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반가운 소식이 아침을 열었다. 한국인 최초로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를 통해 맨부커상을 수상했음이 알려진 것. <채식주의자>의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에서 11년 전 출발한 질문이 타박타박 이어지고, 이윽고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게 작가 한강이 최신작 <흰>으로 독자를 찾았다.

소설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으로 이어지는 목록들.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달떡처럼 희고 어여쁜 아기. 그 이가 죽은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나는 언니의 죽음, 유태인 게토에서 타살되었을 여섯살 배기 아이의 죽음과 공명한다. 시처럼, 소설처럼 다문다문 문장들이 이어지고, 흰 것들의 이미지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향해 희붐한 빛을 전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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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묵과 그 남자의 빛"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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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말을 잃었다. 아이를 잃었고, 어머니를 잃었으니 말을 잃는 게 당연하다 상담가의 말에 여자는 말한다. 그렇게 간단할 수는 없다고. 오래 전에도 여자는 말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녀를 깨웠던 건 낯선 이국의 말. 여자는 이번에도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를 택한다. 그리고 빛을 잃어가는 남자. 가족을 독일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친다.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 행간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정적인 의미들이 와글댄다.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바람이 분다, 가라>의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시적인 문장과 압축된 언어가 그 여자의 침묵과 그 남자의 빛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주어와 태를 결정하지 않고는 한 단어도 내뱉을 수 없는 희랍어처럼, 소설은 망설이고 조심스럽다. 예민한 기척과 절제된 언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미 죽은 말을 배우며 이들은 더듬더듬 서로를 스친다. 진실로 아름다운 소설, 오래 읽을수록 그 의미가 은은하게 빛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이 책의 한 문장
네가 나를 처음으로 껴안았을 때, 그 몸짓에 어린, 간절한, 숨길 수 없는 욕망을 느꼈을 때, 소름끼칠 만큼 명확하게 나는 깨달았던 것 같아. 인간의 몸은 슬픈 것이라는 걸. 오목한 곳, 부드러운 곳, 상처입기 쉬운 곳으로 가득한 인간의 몸은. 팔뚝은. 겨드랑이는. 가슴은. 샅은. 누군가를 껴안도록, 껴안고 싶어지도록 태어난 그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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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이야기의 기원"
여수의 사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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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속, 외롭고 고단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대체로 격렬한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한 표정으로 도시를 떠돌며 자신의 고통을 과시하지 않는다. 다만 견딜 뿐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려지는 현실적 풍경들을 지나다 보면, 소설이 묘사하는 감정들이 밀물처럼 목끝까지 차오른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가 그의 소설과 공명한 바 있다. 1995년 발표한 작가의 이 첫 번째 소설집에 그의 소설이 묘사하는 외로움, 애틋함, 떠돎의 기원이 있다.

누군가의 노래에선 '아름다운 얘기가 있'었던 그곳, 여수. 서효인의 시에서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였던 그곳이 자흔과 정선에겐 떠나도 떠날 수 없는 곳, 끝내 찾아내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한강의 소설 속 여수는 '녹슨 철선들이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는' 곳이다. "자흔의 무관심하고 지쳐 보이는 미소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세월의 상흔"이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서 손쉽게 발견되는 표정"임을 알아챌 수 있는 독자라면, 한강의 이 애처로운 슬픔을 끝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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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삶 쪽으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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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다. 지독하다. 처연하다. 영롱하다. 가벼운 사랑과 말장난 같은 문장의 반대편에서, 한강은 깊고 진지한 본연 세계를 고수했다. 4년을 붙잡았던 이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명징한 언어로 통증 같은 사랑을 말한다. 겨울의 새벽길, 폭설에 묻힌 자동차 사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촉망 받던 여류화가 서인주의 갑작스러운 죽음. 서인주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려는 그녀의 친우 이정희, 그리고 서인주의 죽음을 신화화함으로써 자신의 사랑 역시 신전에 올리려 하는 남자 강석원.

정희는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인주의 지난 행적을 필사적으로 추적한다. 그리고 정희가 만나게 될 진실은…. 소설은 인물의 심연과 이야기의 줄기를 병치시켜 독자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술, 삶, 사랑, 생명. 한강은 잊히는 것들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삶 쪽으로 바람이 분다, 가라, 기어가라, 기어가라, 어떻게든지 가라.” 소설가의 한 문장처럼, 사 년에 걸쳐 한 숨씩 토해낸 소설가의 문장이 당신의 삶 쪽으로도 분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보도블록들은 희끗하게 얼어 있었다.

이 책의 한 문장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