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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로렘 입숨의 책 아무튼, 현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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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하, 우리 역사의 상흔으로 그려낸 환상화"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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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나라 '화국'은 벚꽃을 국화로 삼은 '라잔 제국'의 식민지가 되어 라잔의 언어와 문화를 강요당한 채 총독부의 지배를 받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화국인 화가 '제비'는 민속화를 그리며 입에 풀칠을 해왔지만 호랑이 그림이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당하고,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지원한 라잔 예술 관청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합격한다.

낙담한 제비에게 고미술 컬렉터이자 구미호 요괴 일족인 '학'이 라잔 방위성에서 화가를 구한다며 지원해 보라고 설득한다. 절대 라잔의 군대와 제국을 선전하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았던 제비이지만, 그 자리의 파격적으로 높은 급여를 알게 되자 생각이 멈춘다. 결국 방위성을 찾아가 옛 왕조의 궁궐 지하에서 맡게 될 임무를 목격한 제비는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이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것을.

<나인폭스 갬빗>으로 한국계 작가 최초로 휴고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이윤하 작가가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로 돌아왔다. 김칫독이 묻힌 마당과 옛집, 궁궐이 남아있는 사대문의 풍경과 가스등이 켜진 거리에서 마법 문양으로 생명을 부여받고 돌아다니는 야경꾼, 하늘을 나는 기계 용이 혼재하는 이야기. 그 속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들이 자아내는 이채롭고도 환상적인 분위기가 인상깊다. 신비로운 표지화가 소설의 독특한 분위기를 오롯이 담고 있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기엔 제비는 떨리는 손을 억누르려 애썼다.

추천의 글
나는 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신화가 되기를 바란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음 장면이 간절해졌다. 이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를 더 보고 싶다.
- 조예은

그야말로 판타지들의 총천연색 팔레트다. 자동인형과 마법 문양, 구미호와 검투사, 그리고 스케치하듯 세심하게 연출된 역사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독립군의 항전까지. 온갖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데 모은 환상의 용광로는 내면의 목소리로 대화하는 전설 속 ‘폭풍’을 창조해 낸다.
- 김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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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가공식품 폭로"
음식 중독
마이클 모스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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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배' 불러도 '빵 배' 따로 있다는 말은 이제 유구한 우스개다. 배가 아무리 불러도 달달한 후식은 꼭 챙겨야 완전한 식사를 했다고 느끼는 이라면 이 책이 꼭 필요할 것 같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모스가 중독의 관점으로 현대인의 식습관과 식문화를 분석했다. 한국에서 한번 먹으면 계속 손이 가는 별미에 농담 반 칭찬 반으로 '마약 같다'고 하는 말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책은 갈망과 쾌락의 반복으로 뇌를 길들이는 진짜 중독에 대해 말한다.

인간의 뇌는 진화상 더 많은 음식을 갈망하도록 설계됐다. 과식이 반복되고 절식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인간이 원래 더 많은 음식을 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은 이런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이용하고 조종한다.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뇌의 갈망-보상 회로를 강력하고 빠르게 자극하는데, 기업들은 단맛과 짠맛의 강도를 점점 높여 우리의 뇌를 중독 상태에 머물게 한다.

우리의 미각은, 건강은, 식습관의 주도권은 기업의 손에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들을 읽다 보면 섬뜩하다. 배가 불러도 음식이 생각나는 이유, 갈수록 음식이 달아지는 경향, 과식 비만, 그리고 건강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지금 당장 우리가 먹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우리는 대체 누구의 욕망을 먹고 있는 것인가?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그동안 음식에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진화론적으로 보았을 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부 과학자는 우리의 비정상적 식습관이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과 끔찍한 부조화를 이룬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음식의 열량을 판단하고 대사 작용을 하는 능력에 있어 인간의 뇌와 육체가 현대인의 식단에 발생한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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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글쓰기, 궁극의 소설"
로렘 입숨의 책
구병모 지음 /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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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의 '미니픽션' 열세 편을 만난다. 로렘 입숨(Lorem Ipsum)이라는 의미 덩어리로 묶인 이 소설집을 상상하면 양피지 열세 장을 묶은 기다란 띠의 모양새가 상상된다. '1500년대부터 인쇄와 조판 산업에서 레이아웃을 편집하는 데 쓰인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로렘 입숨'이라는 개념은 라틴어, '고통 그 자체dolorem ipsum'에서 이름을 빌렸다. 의미-고통 이 두 개념 사이를 횡단하는 말로 이루어진 소설들. 무의미하게 한글타자연습 게임에 입력하는 '별 헤는 밤'의 문장(이 시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처럼, 어떤 형식은 의미를 운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로렘 입숨' 덩어리로 만들어진 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어 붙였을 때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소설을 오래도록 간절히 쓰고 싶었다'(75쪽)는 소설가의 바람은 <동사를 가질 권리>라는 소설에서 비로소 시도된다.

13곡으로 이루어진, 한 음악가의 정규 앨범을 듣는 것처럼 이 소설집을 읽었다. 200자 원고지 50매 내외라는 날렵한 형식의 소설에, 각 소설마다 작가가 붙인 코멘터리가 함께해 앨범 부클릿과 함께 소설을 감상하는 것 같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상아의 문으로>까지, 구병모는 의문을 제기하고, 당연함을 경계하며 작품 세계를 이어왔다. 왜 문장이 짧고 간결해야 하는지, 왜 의미 단위가 선명해야 하는지, 왜 소설이 잘 읽혀야 하는지 되묻는 지점에서 구병모의 세계가 시작한다. 죽은 자를 묻은 자리에서 그의 성품을 반영한 모양의 꽃이 피어나는 도시를 상상한 첫 작품 〈화장花粧의 도시〉의 화려함을 상상해본다. 모든 인간의 품성이 선할 리 없고, 모든 꽃이 아름다울리 없다. 화원과도 꽃동산과도 다른 탐미적인 세계와 그 세계의 이면을 상상하는 재미, 구병모의 팬이라면 이 세계의 꽃의 개성적인 빛깔에 매혹되고 말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글을 쓰면 쓸수록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아무거나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졌으며,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는 비로소 그 무엇도 쓰지 않음 ㅡ 세상에 어떤 글도 존재하지 않음이야말로 자신이 꿈꾸던 궁극의 글쓰기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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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신작, 사랑하는 동네가 있다는 것"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지음 /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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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주제와 탄탄한 이야기로 한 권 한 권을 채우며 수많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아무튼 시리즈'. 55번째 책은 장강명 작가가 집필한 '현수동' 이야기다. 현수동은 작가가 살고 싶은 동네, 사랑하는 동네지만, 실존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랫동안 현수동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해왔다. 그리고, 여러 작품에 현수동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작가는 이번 책에서 자신이 만든 세계로 초대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나요?"

현수동은 상상의 동네지만, 위치가 구체적이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일대로, 이곳 사람들은 서로 갈등도 하고, 법을 어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아름다우며, 선량하고 양심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다. 그리고, 현수동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기리는 동네다. 작가는 광흥창역 일대에서 실제로 6년간 살았다. 실거주의 경험 및, 각종 조사와 문헌 자료를 토대로, 광흥창역 일대 실존하는 동네들의 역사, 설화, 인물, 교통, 상권, 도서관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각 실제의 이야기에, 현수동에 관한 그림 퍼즐을 하나씩 구체화해 나가며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동네의 모습을 완성해 낸다.

어떤 동네를 오래 상상하고, 궁리하는 작업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작가는 그렇다고 답한다. 상상 속의 동네를 현실에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책에서 현수동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새 작품 <시간의 언덕, 현수동>을 예고한다. 새로운 현수동 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이게 될지 무척 기대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자신이 사는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 또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인류애 없이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분명히 광흥창역 일대를 사랑했다. (중략) '자기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도 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도 확장할 수 있을까. '자기 동네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사람은 자기 삶도 가꾸는 중이다'라고. <아무튼, 현수동>을 쓰는 동안 나도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헤아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 같은 것. 시니컬한 척하느라 어릴 때에는 잘 살피지 않았던. 그래서 나는 이 책 독자들께도 살고 싶은 동네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