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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 호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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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겨울에 평화가 있기를, 김금희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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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김금희의 연작소설 속 사람들은 그의 소설 <경애의 마음>의 아름다운 문장처럼 '조금 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은'채 각자의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첫 소설 <은하의 밤> 속 방송작가 은하는 항암치료를 하며 '마음이 지옥처럼 어두워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13쪽) 끝없이 기도를 하는 고독한 밤을 보냈다. 쿠바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며 은하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세 번째 소설 <월계동 옥주>의 옥주는 남자친구 현우와 이별 후 떠난 중국 어학연수에서 크리스마스엔 중국에서 사과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지막 소설 <크리스마스에는>에서 은하와 같이 일하는 피디 지민은 음식 사진으로 가게를 맞히는 '맛집 알파고'를 취재하기 위해 전 남자친구인 현우를 눈 오는 크리스마스, 부산에서 만난다.

해명되지 않는 많은 장면들이 함께 떠오르는 소설이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물음에 기꺼이 호의로 답하는 사람들.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는 사람들. 한번 준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평안을 비는 사람들에게 올해도 한 해의 끝이 다가왔다. 크리스마스이브는 중국어로 핑안예(平安夜)라고 한다. 잘 모르는 나라의 말로 각자의 고요한 밤을 기원하게 되는 김금희의 소설의 겨울 정경.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305쪽)은 희박하지만 기쁜 일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삼년 전 은하가 차디찬 회복실에서 깨어나 한 결심은 이런 것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아니죠, 당연하지. 인간이 그걸 뭣하러 다 기억했다 맞혀요? 인간이 하늘한테 받은 몇 안 되는 선물이 망각인데,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덕분에 지나고 나면 어쨌든 견딜 만해지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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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빈곤 과정
조문영 지음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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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물질적 결핍에 대한 차가운 기준에 익숙한 한국의 시민들은 '빈곤'의 계량화가 간단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회/정치적으로 합의된 빈곤의 기준은 없다. 빈곤 개념은 사회마다, 학자마다 사뭇 다르게 사용되며 그렇기에 국가별 빈곤대책도 천차만별이다. 오랫동안 빈곤의 지형을 탐구해온 인류학자 조문영은 빈곤을 '과정'으로 본다.

과정이라는 말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흐릿한 경계. 가진 자본이나 수입에 관계없이 많은 이들은 빈곤을 불안해하는 동시에 그 실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혼란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조문영은 빈곤에 대해 단정적으로 정의 내리길 거부하고 개념의 외연을 확장해나간다. 개별적 빈곤 서사, 그리고 그 서사를 이용한 국가 통치, 빈곤 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글로벌 빈곤의 세계를 대하는 청년들의 실존 빈곤으로 확장되고, 이어 비인간을 착취하는 인간 사회에 대한 논의까지 뻗어간다.

빈곤이 곧 '착취와 피착취의 구조 속에서 취약한 존재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분전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지구상의 누구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그저 빈곤에 맞선 비판, 저항과 함께(同) 머무르며 살아가는(居) 감각과 의식을 키울 수밖에. 빈곤 연구 20년, 조문영이 오래 숙성시켜 내놓은 이 책은 빈곤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한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메리필드가 강조했듯, "지속하는 마주침이 일어나면 그 어떤 것도 예전과 동일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을 생성의 과정 속으로, 뭔가 다른 것이 되어가는 과정 속으로 쏘아 보낸다." 불평등이 만인의 언어가 되고 겹겹의 불안이 다수의 '피해자' 선언을 부추기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생명은 다른 생명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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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에서 콘텐츠 소비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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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나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서비스들은 ‘빠른 배속’과 ‘스킵’ 기능을 제공한다. 영상을 1.25배속이나 1.5배속으로 빠르게 재생해주거나 한 번 클릭으로 10초씩 건너뛰며 감상할 수 있는 이 기능 덕분에, 영상을 시청하는 와중에 지루하거나 관심 없는 부분을 빠르게 넘어간다. 그 와중에 유튜브 알고리즘은 2시간짜리 영화나 플레이타임 50시간 분량의 게임 스토리를 10분에 요약해주는 영상들을 추천해준다. 빨리 감기로 보고, 건너뛰며 보고, 요약된 영상을 보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민방위 사이버교육도, 직장 법정의무교육 온라인 수강도 아니고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니,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저자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빨리 감기’의 이면에 콘텐츠의 공급 과잉,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친절해지는 대사가 있다고 지적하며 빨리 감기라는 현상 이면에 숨은 거대한 변화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효율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치트키’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사람들에게 ‘빨리 감기’는 가성비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저자는 2021년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한 칼럼을 기반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해 보인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오락을 '콘텐츠'라고 총칭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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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이 스케치한 그라프 호텔의 마지막 계절"
호텔 이야기
임경선 지음 /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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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둘레길에 위치한 그라프 호텔은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 호텔의 오너였던 고미술상 이유한씨가 '본질을 흐트러트릴 바에야 차라리 없애겠다.'(182쪽)는 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여러모로 효율적이지가 않다. 7층 본관과 5층 별관과 잔디밭과 야외 수영장이 다인 이 호텔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쉽지가 않다. 층고가 높은 공간 안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고, 풍성한 꽃장식과 고풍스러운 벨벳 가구가 손님을 맞는다. 단체 관광객 유치와 식음료 판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적당히 한적한 호텔엔 "과거의 영광과 자존심은 여전히 포기 못 하면서도 이제는 끝을 받아들인 자들이 가지는 어떤 숙연한 공기" (22쪽)가 흐른다. 임경선의 신작 소설 <호텔 이야기>는 이 '그라프 호텔'이라는 공간을 눈에 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호텔 영업 종료를 앞둔 마지막 육개월, '바깥 세상과 다른 속도로 시간이'(29쪽) 흐르는 이 공간에서라면 소설처럼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적한 호텔에서 한 달을 머물며 자기 작품 대신 다른 이의 작품을 각색하는 영화감독, '대실' 상품을 판매하는 호텔에서 비밀스럽게 연인을 만나는 '프랑스 소설'같은 하루를 보내는 남자, 하우스키핑이라는 직업을 얻은 후 비로소 삶의 평화를 찾은 메이드. 언젠가 호텔에서 마주쳤을 법한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삶에 각자의 소설이 있다. 가장 자신다운 공간으로 남기 위해 이별을 준비하는 호텔이 나다운 삶을 골똘히 바라보는 각자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며 마지막 계절을 맞이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삶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도 있구나.' 정현은 새로이 맞이한 심플하고 호젓한 삶에 서서히 적응해나갔다. 인생에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