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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일제 치하 시기에 대해서만큼은 일종의 구획이 지어지게 마련이다. 친일과 반일 세력,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거대한 빈 공간이다. 식민지 정책에 복속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간 이 정서적 공간은 화자 또는 학자에 따라 유사 친일/반일로 간주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 공간이 역사적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중 교양서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은 그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한 책이다. 게다가 모습을 드러낸 풍경은 생각보다 역동적이고 다면적이다. 친일파들이 종로 재개발 문제를 두고 지역 토착 상권과 손잡고 총독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물론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다), 종묘를 가르는 도로를 내는 문제를 두고 지역 시민들이 오히려 총독부의 계획에 찬성하며 도로를 내 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총독부 역시 그때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의 자본가들을 비판하기도 하는 등, 각자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엇갈린 경성의 풍경은 양단할 수 없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대 서울의 도시 계획이 어떻게 경성에서 이어져 왔는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문장도 잘 다듬어졌다. 흥미로운 일화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