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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관광지였다가 이제는 쇠락한 바닷가의 작은 마을. 그런데 그 어딘가에 아주 작고 예쁜 빙수 가게가 있다. 인근 지역에서 나는 천연 원료로만 만든 네 가지의 빙수를 파는 곳이다. 가게의 창문 너머로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곳을 꾸려가는 두 여자는 도시의 삶을 버렸다. 화려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가 비어버린 채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괴로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작은 빙수 가게는 도시의 삶과는 다른 미덕을 제공하고 있다. 소박함과 여유. 긴 시간을 흘려보내도 되는 느긋함. 아름다운 바다. 따갑지만 반가운 햇살.
작은 식당에서 마음을 토닥여주는 소설들은 이미 하나의 장르로 불리울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출간되었다. 이들 소설들이 어느정도 닮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바다의 뚜껑> 속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개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 감각적인 풍경 묘사와 센스 있는 마음 속 독백들, 별로 귀여운 설정은 아닌데 묘하게 귀여워보이는 인물들이 있다. 짧게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읽으면 저 작은 바닷가의 풍경과 여유롭고 귀여운 사람들을 통해 느긋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