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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모두 세상에서 사라져도 언어는 우리의 흔적을 묻힌 채 여전히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언어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세대들의 흔적을 담으며 흘러온 망망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들 속엔 오랜 역사와 너른 맥락이 들어 있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단어가 품은 세계로 독자들을 초청한다.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상추는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인 생채에서 유래되었고, 새끼 고양이와 새끼 돼지를 일컫는 단어가 없는 이유는 돼지와 고양이가 애초에 각각 그들의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뎅은 원래 전골요리를 뜻하는 단어였고 갈매기살은 가로막이라는 단어가 변화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원과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단어를 들여다보는 일이 재밌다는 저자의 말이 십분 이해간다. 단어의 오염, 문해력의 쇠퇴를 막아서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언어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생각하며 따뜻한 애정을 싹틔우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