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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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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이야기"
    복잡한 서울의 1호선. 남영역 하행선 선로 너머에 큰 건물이 있다. 특색이 있는 건물도 아니기에 사람들은 건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느 건물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인다. 어울리지 않게도 그 건물은 '국제해양연구소'로 불렸다. 벽돌과 철문, 좁고 긴 창문뿐인 그 건물에 물살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 그 건물은 해양연구소가 아니라 과거의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대공분실은 1980년대 군부 독재 시기, 경찰청 산하의 대공 수사 전담 기관이자 악명 높은 고문 장소였다. 국내 최고 건축가의 설계 아래 고문과 취조 목적으로 지어진 잔인한 건물이다. 이 대공분실이 이제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이 되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 8권을 출간했다. 그중에서도 <건축물의 기억>은 이 시리즈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작가는 각자의 그림체로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일들을 풀어낸다. 혹자들은 그 끔찍한 건물을 없애고 다 잊어버리자 할 수도 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럽고 국가가 국민에게 겨눈 서늘한 칼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열사들을 위해서라도 그 장소는 지켜져야 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잊지 않도록 건축물로써 역할을 해야 한다.

    1980년대는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국가폭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많은 투쟁 끝에 민주주의를 얻어낸 앞선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의 시작을 이 그림책으로 시작할 수 있다.
    - 유아 MD 임이지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