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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향은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의 한 도시와는 아주 멀었다. 나의 엄마는 혼자서 연년생 아이 셋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 수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자기의 고향 집으로 갔다. 간이역 수준의 작은 역에 내려 또 택시를 타고 엄마의 엄마를 보러 간다. 여름방학, 딱 1번 엄마와 함께 하는 기차여행의 끝은 "우리 똥강아지들!" 하며 우리를 맞이하는 할머니다. 세 명의 똥강아지들은 육지에선 보지도 못한 소라와 맛조개를 먹는다. 평소에 먹지 못했던 탄산도 마셔본다. 뒤뜰 염소가 풀을 뜯어 먹는 걸 구경한다. 할머니에게선 할머니만의 냄새가 났다.
엄마 아빠가 멀리 결혼식에 가는 날, 아기 돼지는 교외에 있는 당근 할머니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당근 할머니는 돼지 손주를 반갑게 맞이한다. 할머니가 키운 블루베리, 복숭아, 해바라기씨도 마음껏 먹고 오일장 구경도 간다. 당근 할머니 친구들은 돼지 손주가 쑥 커버린 모습에 놀라워하고 반가워한다. 엄마 아빠 몰래 먹으면 안 되는 단 과자도 같이 먹는다. 웃음이 멈출 틈이 없다. 배가 빵빵하게 오른 돼지 손주는 잠도 푸지게 자고 엄마 아빠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모두들의 유년의 한 조각씩 자리하고 있을, 포근한 미소의 할머니.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네가 그 집 손주냐며' 반색하는 동네 사람들의 머리 쓰다듬. 아이를 환대하고 반기는 따뜻한 마음들이 <당근 할머니>에 꾹꾹 담겨있다. "할머니가 키운 건 다 튼튼" 하니까, 우리 모두 튼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