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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학자는 여전히 <마션>의 마크 와트니겠지만, 가장 매력적인 식물학자의 자리는 이제 호프 자런에게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스미소니언 매거진> 선정 최고의 과학책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랩걸>의 주인공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실험실에서 자신과 연구 대상과 그로부터 퍼져나가는 세계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나무가 차곡차곡 자라듯 공들여 기록하고 씨앗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포착하듯 예민하게 잡아낸다.
씨앗이 나무로 자라고,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과정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이테 속에서 지난 세월의 바람과 햇살을 읽어내듯, 인간에게서도 삶과 사랑의 흔적을 되짚을 수 있을까. 객관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듯 보이는 과학의 세계에서 엄마로서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편견과 차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뒤죽박죽 섞인 듯 보이는 물음들이 나무의 삶, 삶의 과학, 과학의 사랑 속에서 한데 포개진다. 과학자로서, 인간으로서, 생명으로서 다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증표 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