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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v쇼에 출연한 가수 양희은 씨가 51년 차 가수가 된 비결로 '열정 없음'을 꼽았다. 그저 "슴슴한 미련함"으로 밀고 온 세월이라고. 불타오르는 결기 대신 군불같은 은은함이 무기인 사람들이 해내는 영역이 있다. 신념의 실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창을 휘두르는 이들이 가지는 상징성과 노고가 분명 있지만, 그 열정에 부러지는 모습들도 자주 목격한다. 제자리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짱돌을 던지는 이가 마침내 균열을 만들어낼 때, 뻑적지근한 히어로는 못 될지언정 사람들은 그가 늘 있던 자리를 떠올려보곤 한다.
이 책은 짱돌파 최정규 변호사가 법조계에 던지는 묵직한 돌덩이다. 연수원 시절, '8시간 시험' 중간에 김밥을 먹는 것으로 점심시간 없는 비인간적 시험에 작은 반항을 했던 그는 이제 자신이 몸담고 일해온 법조계의 비상식적 행태와 판결을 조목조목 따진다. 법정이 특권의식을 담요처럼 두르고 의식 없이 저지르는 무례함, 국민에 대한 존중과 성의 없는 재판들... 저자는 공분할만한 판결들에 가차 없이 불편함을 드러내고, 판사의 지각이나 반말 사용 등 일상적 행태들에까지도 모두 디테일한 까칠함을 보인다. 일반 시민이자 독자로서 이 까칠함이 좋았는데 그의 지적은 허례허식, 권위, 가오 따위에서 멀찍이 물러나있는 사람의 눈에만 정확히 보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임금에게 벌거숭이라고 말한 아이의 의심 없는 말처럼.
고발당한 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낄까? 간절히 바라지만 스스로 깨닫긴 쉽지 않아 보인다. 법조계의 강철같은 특권 앞에서 이 책은 그저 타격없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겐 단단한 짱돌로 보인다. 짱돌은 여럿이 같이 던지는 게 맛인 것을, 법조계가 알아채기 이전에 독자들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