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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학교에 가면 맨 뒷자리에 앉는다. 말을 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오늘은 발표를 해야 하는 날이다. 입이 아예 꼼짝도 안 하고, 모든 눈이 나를 보고 모든 입이 나를 비웃는 날, 집에 가고만 싶어지는 날. 이런 날이면 항상 아빠가 나를 데리러 학교에 오셨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함께 강가를 거닐기도 했다. 발표 시간이 떠올라 힘들었던 어느 날, 아빠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바닷가 탄광 마을>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을 그렸다. 말을 더듬는 아이의 내면 풍경, 주위의 반응과 그로 인해 더 움츠러드는 아이의 마음, 그리고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신을 긍정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굽이치고 부딪히고 부서지면서도, 쉼 없이 당당하게 흐르는 강물, 빠르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잔잔하기도 한 강물. 발표 시간에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이는 강물처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