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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종교와 세속, 그러니까 종교와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는 진작 끝났고, 사회가 종교를 억압하던 시절도 훌쩍 지났으니, 각자 제 영역에서 자기 할 몫을 해나갈 뿐일까. 어느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 ‘소망교회’, 박근혜 정부 초기 ‘사랑의교회’가 정권의 실세라 불리던 때를 떠올려보면, 둘 사이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논의를 구체화시켜 사회를 한국사회로 바꾸면, 그에 응하는 종교는 역시 교회일 것이다. 이 책에 대담자로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상황은 더욱 분명해진다. “교회는 네트워크 자본, 연줄 자본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장소다.”, “교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형성과 한국사회의 보수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광기의 중요한 행위자다.” 그리하여 “교회는 한국사회가 지난 지독한 문제들이 집약된,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일방적 비난이라고 평하며 지나치기는 어렵다. 그간 교회 내부에서도 꾸준히 비판이 제기되었고, 사회의 기준과 흐름에 어긋나는 부분들에 대한 조정도 시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맡아야 할 역할과 책임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피해가며, 시민으로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신도라는 이름으로 옭아매는 교회 권력이다. 이들은 종교와 사회를 함께 사유하지 않으며, 둘이 만날 수 있는 상상 역시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도와 시민의 구분을 넘어서는, 치열하고 온당한 새로운 사유와 상상이 벌어지고 있으니, "종교적 경계를 해체하고 자민족중심주의나 이성애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소수자에게 열린", "독과점과 대물림을 정당화하는 권력화된 제도에 반대하며, 권력의 효과를 모두가 공정하게 나누는" 사회적 영성이 그것이다. 이 정도면 어긋난 종교와 사회를 제자리에 올려두고, 비로소 미래를 그려봄직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