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은
부동산경매 전문투자가로 부동산114㈜에서 전략기획, 자산관리팀장을 거쳤다. 부동산학 박사(단국대학교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로 단국대학교와 명지전문대학에서 부동산경매, 부동산시장론 및 공법 등을 강의했다. 경매투자 경험을 공유하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 경매커뮤니티(http://cafe.naver.com/zeohn)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저자는,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먹던 과거의 안정된 삶보다, 부동산경매를 통해 자기주도적 삶을 실컷 누리고 있는 현재가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부동산에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소액으로 빠르게 돈 버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나도 월세 부자가 되고 싶다》(2016), 《나는 3개월 안에 부동산경매로 돈을 번다》(2015), 《즉시 팔고 바로 버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2014) 등이 있다.
즉시 팔고 바로 버는
부동산 경매 단기투자 2
초판 1쇄 발행 2016년 7월 20일
지은이 | 전용은
펴낸곳 | 보랏빛소
펴낸이 | 김철원
기획·편집 | 김이슬
마케팅·홍보 | 김철원
디자인 | 박영정
출판신고 | 2014년 11월 26일 제2014-000095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53, 402호(연남동)
대표전화·팩시밀리 | 070-8668-8802 (F) 02-323-8803
이메일 | boracow8800@gmail.com
종이책 ISBN | 979-11-86325-79-7
전자책 ISBN | 979-11-86325-80-3
이 책의 판권은 저자와 보랏빛소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제 유일한 꿈은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가 불행한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말입니다.
부동산경매를 하기 전에는 꿈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경매가 제 인생과 사고를 변화시켰습니다. 지금 저는 행복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또 완벽하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저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생각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동산경매는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부동산경매를 하지 않았다면 이전까지 그래 왔던 대로 저는 계속 제 시간을 써서 남을 위해 일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생활을 계속했을 것입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제 직장생활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불평불만이 가득하면서도 때가 되면 월급이 나온다는 이유 때문에 저는 그 일을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저처럼 이기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에게 찾아올 좋은 기회란 없었습니다. 기회란 놈도 사람을 가립니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세상을 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 백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세상을 무시하는 교만한 마음을 가지다 보니 저는 어느새 정상궤도에서 심하게 이탈해 있었던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에는 저를 도와줄 사람이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몇 개월을 막막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살아온 삶이 후회스러웠지만 되돌릴 수 없었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절대 이전과 같은 무의미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습니다. 그래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새로운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도 기회를 찾아보려 하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기만 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나태해진 저를 혼내고 단련시켜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만한 일이 제게 필요했습니다. 웬만한 일 따위로는 불가능했습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긴장 속에서 다음 단계에 대처해야 하며, 진행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주도해서 하는 일이어야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수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저는 부동산경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둘째치고 부동산경매는 저 스스로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변화시켜 줄 일종의 훈육 도구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밀려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부동산경매를 신성시 여겼습니다. 부동산경매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생각 이상으로 저는 훨씬 더 큰 욕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더욱 부동산경매를 제대로 해야 했습니다. 제대로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지만, 전 실패할 수 없었습니다. 해보고 안 되면 말자는 생각도 저에겐 과분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저는 버려지지 않아야 했습니다.
저는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습니다. 여전히 저에게는 많은 일이 남아 있고,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더 행복해지고 있으며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는 그 자체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경매 덕분에 제 인생이 너무나 많이 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경매에 뛰어들고자 마음먹은 누군가가 혹시나 제게 조언을 구한다 해도 저는 ‘당신이 경매를 선택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경매는 무척이나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당신의 인생은 경매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뉠 것입니다.”
부동산경매를 하면 분명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다만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 겁니다. 많이 번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못 번다고 못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 그것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부동산경매를 그저 돈을 버는 도구로만 생각하지 말고, 나태한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켜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동반자라고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부동산경매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결국 성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 책은 부동산경매에 관한 내용이지만, 동시에 나태하고 교만하게 살았던 제가 부동산경매를 하며 어떻게 느끼고 또 변했는지를 기록한 것이기도 합니다. 2013년 5월에 《마음을 움직이는 경매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던 것을 새롭게 정리해 다시 펴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빠른 행동으로 도전하시길 권유해봅니다. 분명 부동산경매는 현재에 머무는 우리를 좀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전용은
CONTENTS
프롤로그
당신의 인생은 부동산경매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초보도 돈 벌 수 있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
사장님이라면 그 물건 사시겠어요?
정글보다 냉정한 투자의 세계
분수에 맞게 투자하라
경매판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
때로는 욕심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알짜배기 특강 01 부동산경매 단기투자의 개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에 임하는 초보들의 자세
욕이 나와도 계속 도전하라
나도 급하지만 상대는 더 급하다
물은 셀프, 결정도 셀프
미련을 가지면 미련해질 뿐이다
일단 저질러야 돈이 들어온다
나의 가치를 높이고 투자에 성공하는 비결
알짜배기 특강 02 부동산경매 단기투자의 방법론
돈 버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 비법 훔쳐보기
새로운 것보다 새로운 시각
잘 맞은 아웃, 빗맞은 안타
말을 건네면 몸이 따른다
추측과 사실의 차이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먹어라
상대방의 기를 살려줘라
단기투자 일반화의 오류
알짜배기 특강 03 부동산경매 단기투자의 실무
성공적인 부동산경매 단기투자를 위한 지침서
늦었다고 생각될 때라도 돌이켜라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욕심보다는 안전이 제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래도 결국엔 부동산경매다
알짜배기 특강 04 부동산경매 단기투자 물건 검색 비법
부록
부동산경매 단기투자로 돈 버는 5가지 원칙
자기주도 학습이 있듯이 자기주도 인생이란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동안 자기주도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대부분 그저 수동적인 삶을 지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수동적인 생활은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부동산경매가 가져다주는 매력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하나의 물건이 완전히 해결되는 순간에 더 강하게 저를 자극합니다. 얼기설기 꼬인 여러 난제들이 저를 휘감고 있다가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제가 내린 결정 하나에 실타래가 풀리듯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사라져버리면 그 순간의 그 쾌감이란 정말 엄청납니다. 저는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경매가 저를 그렇게 만들어주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자유를 얻는다는 것에는 무한한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저는 나중에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급하게 먹다가는
체하기 일쑤
어느 정도 경매 절차에 익숙해졌을 무렵의 일입니다. 본격적인 실전을 경험하기 전에 이론적인 공부와 더불어 실전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관련 지식들이 쌓인 듯 이제는 낙찰 받은 물건에 생기는 문제를 누구에게 묻지 않고도 해결할 만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물론 제가 모든 것을 꿰뚫을 정도가 되었던 것은 아니고,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스스로 각종 자료를 찾아보고 그 자료의 옳고 그름을 구분해 제 사례에 바르게 적용할 여유가 생겼었다는 뜻입니다.
당시 저에게는 장기 투자로 보유하기 위한 물건이 아닌 단기 투자용, 그러니까 매수 후 바로 얼마간의 차익을 본 뒤 매각을 계획하던 물건 네 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투자형태는 평균적으로 단기 투자용 물건을 두 개 정도 매수해 가지고 있다가 하나가 팔리면 또 하나를 매수하는 식이었습니다. 헌데 그런 단기 투자 물건들이 하나씩 꼬이다 보니 어느 순간 네 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투자를 안 하고, 마냥 기존 물건이 팔리기를 기다릴 수만도 없는 형편이어서 이대로라면 물건만 계속 늘어날 것 같았습니다. 부동산경매 물건 하나에 많은 자본을 투입할 형편도 안 되었고, 단기 투자용은 대출을 활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더 이상의 물건을 담아두고 있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체되어 있는 물건을 팔아야 했습니다. 당시와 같은 불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매매방법은 매도가격을 확 낮춰서 파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지고 있던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싸게 중개업소에 내놨습니다. 보유를 생각하지 않고 단기간에 팔아서 약간의 양도차익을 거둘 것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잔금 납부 후 한 달이 넘도록 임대를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헌데 매수자의 입질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물건지 주변의 모든 중개업소를 돌았습니다. 물건지의 위치는 해당 지역에서 최고였지만 들어가는 중개업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속이 탄 저는 매도가를 확 내린다는 전제 하에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부정적인 것뿐이었습니다. 매수세가 전무하기 때문에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개업소를 열 군데 가까이 돌았고, 그중 한 곳에서는 한 달의 기한을 걸고 내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그제야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들었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습니다. 입찰 전 예상했던 수익을 모두 포기한 가격에 내놨지만 가능할 것 같다고만 할 뿐 팔 수 있다는 확답은 못 얻었기에 기운이 빠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옆 단지 아파트 상가에 있는 중개업소 세 군데만 돌아보기로 하고 자리를 옮겨 들어간 중개업소 여사장이 저에게 되물었습니다.
“시세가 문제가 아니라고요. 사장님이라면 현재 시황에 그 오피스텔 사시겠어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엄청난 화장발을 자랑하는 그 여사장은 사람을 참 숨 막히게 말을 했습니다. 여사장은 아예 컴퓨터 화면을 돌려 지역 중개업소 네트워크망에 오른 해당 오피스텔 매물을 저에게 다 보여주었습니다.
‘헉, 50개가 넘는다….’
그 50개 넘는 물건들 중 겹치는 것들도 여럿 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매물 적체 현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평형대의 오피스텔 중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매도 금액까지 내려와 있는 매물은 다행히도 없었습니다. 저는 최악의 매도 금액을 제시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중개업소를 나왔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자명합니다. 급하게 입찰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싸게 잡고 돈 한 푼 안 들이면서 명도만 잘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분석과 매도 가능성 분석에서 실패했기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잘 팔린다 하더라도 이번 투자는 저에게 실패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저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날의 긴 피곤을 다독였습니다.
그 오피스텔 말고도 적체되어 있는 나머지 물건들도 상황은 엇비슷했습니다. 두 건은 철거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한 건은 합의를 끝낸 지 오래되었으나 돈이 없다고 벌써 몇 번째 거짓말에, 연락두절에, 잠수에 한숨만 나왔습니다. 단기에 되팔 욕심으로 너무 급하게 일을 진행시켰다는 자책감이 자꾸 엄습해왔습니다.
자기주도 인생의 기쁨과
그 무한한 책임감
그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짜낼 수 있는 모든 생각을 총동원해야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성질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기다리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 된다면 벌써 재벌이 되어 있어야 하겠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 조금만 숨을 돌리자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습니다. 그래야 했습니다. 물론 부동산경매라는 것이 예상하고 계획한 일정에 따라 착착 진행되고 돈이 들어오는 일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는 나름대로 일정을 짜고 자금 입출을 관리했었는데 당시엔 그 일을 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강원도 물건에 같이 투자한 동생이 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형님, 적체되어 있는 강원도 물건 채무자의 형하고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합의된 내용이 있었음에도 계속 돈이 없다고 회피하던 채무자의 물건에 대해 동생이 한 번씩 그 사람 대신 그 형한테 달라고 해보자고 했지만 저는 애써 동생의 말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생은 이전 직장에서 저와 오랜 시간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었기에 가끔 만나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는데, 그 일을 꽤 재미있어 하며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저를 보고 어느 날 부동산경매를 배우겠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찾아왔습니다. 따라서 그 동생은 일종의 제자 입장이고, 저는 가르치는 사람이었기에 그간 저는 동생 말을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형하고 거의 원수처럼 지낸다고 했던 말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동생이 제안한 그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보자. 이제 그래야 할 것 같다.”
순순히 답한 저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 채무자의 형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채무자의 부정적인 말을 기억하고 있던 저는 조심스러웠지만, 그 채무자의 형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습니다. 바로 다음 날 시간을 내준 채무자의 형은 계약금을 건네며 일주일의 시간만 주면 잔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역시 가족이란, 그리고 형의 책임감이란 참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강원도에서 올라오던 길에 느꼈던 그 환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으나 결국 형과 약속한 그날 그 시간에 잔금을 건네받고 모든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저를 애먹이던 그 조그만 물건을 떠나보냈습니다. 아주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옆에서 계속 채무자의 형에게 이야기해보자고 했던 동생의 말이 왜 그제야 제 귀에 들어왔는지 의아했습니다. 제 마음속에 왜 그 따위 쓸데없는 고집이 들어 있었을까 싶기도 하며 동생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강원도에서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한 이틀 뒤 이번에는 오피스텔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만족스러운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수익을 남기고 오피스텔을 처분했습니다. 기대했던 수익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전혀 미련은 없었습니다.
뒤이어 남아 있던 두 개도 동시다발적으로 팔려나갔습니다. 불과 한 달 새 적체되어 있던 네 개의 물건이 모두 팔려나간 것입니다. 한꺼번에 돈이 들어오니 엄청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기쁨과 그 무한한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주인은 결코 아닙니다. 그 일을 통해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또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동시에 직장에 매여서 남을 위해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자유인으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첫 경매는 부지불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때는 뭐가 뭔지 제대로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벌어진 상황이었기에 마무리가 된 뒤에도 이게 정말 끝이 난 건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과감할 수 있었고, 제대로 몰랐던 첫 경험이 저에게 더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다음을 향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여러 차례의 투자 경험을 하면서 점차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그릇이 그다지 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소심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벅찬 상대를 만날 때마다 제 지식의 부족함보다는 ‘혼자’여서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부동산경매라는 것은 아주 오래 걸어갈 길인데 혼자서 걸어가기엔 너무 길고 험해 보였습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가면 외롭지 않고,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힘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빨리 가다가 지치는 것보다 같이 오랫동안 걸으며 최대한 멀리 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좁은 인간관계 탓에 투자에 관해 논의할 만한 사람 하나 제대로 없었습니다. 망할 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누구 탓이겠습니까? 그저 제 탓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는 주위의 몇몇 사람에게 넌지시 의향을 떠보았지만 그들의 첫마디는 어쩜 그렇게 다들 똑같았는지 모릅니다.
“그거 돈 많이 들잖아.”
“해보고 싶긴 한데 돈이 없어서….”
“내가 아는 사람이 그거 하는데…, 이러쿵저러쿵….”
한번은 중개업소를 하는 선배에게 부동산경매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물었더니 대번에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도 몇 번 해봤는데 별로 돈도 안 되고 힘만 들었답니다. 말은 청산유수였습니다. 부동산경매에 대해 쭉 풀어놓는데 권리분석에서부터 낙찰과 명도협상 과정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길게 읊조리는 듯했습니다. 결론은, 자신은 부동산경매를 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라는 것을 나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랍니다.
군대도 안 가본 사람이 더 잘 안다고 하더니 군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말을 꺼낼 때마다 제가 하는 이야기보다 상대방에게서 나오는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는 것도 상대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관심사여서 그런지 부동산에 대해 아는 사람이 뭐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기대는 하되
기대지는 마라
저에게 부동산경매 단기투자를 배운 후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에게서 열정과 괜찮은 자질이 보였기에 내심 투자를 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질문이나 연락이 없었습니다. 꾸준히 투자하면 언제고 파트너로서 투자를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던 만큼 약간의 허망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안타까워만 하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그분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사무실에서 그분을 뵙고 반갑게 마주 앉아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잠시 뒤 그분이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어 내밀었습니다. 뭔가 보니 그분이 저와 스터디를 한 이후 단기투자를 위해 경매로 매수한 부동산 관한 서류였습니다.
스터디를 할 때 저는 단기투자를 하려면 물건을 신중하게 분석해야 하니 투자를 하려면 꼭 저에게 먼저 물어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헌데 알고 보니 그분은 저의 물건 보는 눈이 까다로워서 몇 번 저에게 확인을 받다가 지쳐서 혼자 일을 벌인 것이었습니다.
분명 괜찮은 투자자가 될 것이고 잘하면 좋은 투자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분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서류를 내미는 모습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종종 있기에 감정을 누르고 물건을 살펴봤습니다. 다행히 그리 나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향후 어떻게 진행하라는 조언을 진지하게 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자신도 다 해봤는데 상대와 말이 안 통한다며 저보고 직접 협상을 진행해달라고 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건 자신도 알겠는데 협상을 하면 이상하게 상대에게 말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투자한 건에 대해서는 협상을 도와드리지 않는 게 제 원칙이었지만, 그분이 워낙 간곡하게 부탁을 하셔서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대는 전화를 받자마자 장시간 동안 하소연을 늘어놓았습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하는 상대의 어투 속에서 섭섭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참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저는 이제라도 서로 꼬여 있는 것을 제대로 풀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정말도 딱 그 말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대가 바로 ‘그렇게 하자’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협상의 실마리가 풀려서 결국 그 물건은 제가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열흘 만에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협상을 부탁한 그분은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상대의 감정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 펼쳤고, 거기에 기분이 나빠진 상대도 맞대응을 하며 일은 해결이 안 되고 감정싸움만 해왔던 것입니다.
제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던 그분은 신기한 듯이 쳐다보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어 통화 한번 해준 것이 그 일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에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막막한 상황에서 제 도움을 받고 꼬였던 일을 해결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그분은 철저하게 저를 신뢰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생겼습니다. 그 일 덕분에 그날 하루가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차피 투자는
홀로 서는 과정이다
그 일이 있고서 석 달 정도 지났을까, 그분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저에게 도움을 받아 일이 잘 해결되자 이후 그분은 더 열정적으로 물건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저는 기특하게 생각되는 한편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물건 해결에 도움을 주면서 앞으로 투자를 할 때에는 되도록 저에게 물어봐주도록 당부를 했었는데 그 이후에도 그분은 저에게 투자 물건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최근에 단기투자를 위해 투자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소송을 해서 상대를 압박하려 하는데 소장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어려워할 때 손을 내밀어 도와줬는데 이후 말 한마디 없이 또 투자를 하다니 정말이지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졌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설익었기에 투자하기 전에 물어보고 투자하라고 말을 했던 것인데 제 말을 무시하고 또 혼자서 투자를 하고 나서 당당하게 찾아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애써 참고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묻자 그분은 그간의 협상과정에 대해 풀어놓으며 은근히 이번에도 협상을 도와달라는 말을 섞어서 이야기했습니다. 전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기에 도와주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제 가슴속에는 냉기만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번의 일을 상기시키며 직설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히자 그분은 당황스러운 듯 말을 늘어뜨렸습니다. 협상이 잘 해결되면 충분한 사례를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냉기가 가득 차오른 제 마음은 돌아서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호의를 돈으로 연결 짓는 그분의 계산적인 생각에 실망감만 더 부풀어올랐습니다.
제가 이전에 그분의 투자 문제를 도운 건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단 한 푼의 사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중에 저도 그분에게 도움을 기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것이 투자의 세계에서 올바르게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고, 그분은 제 마음과 같지 않았습니다. 제 의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분은 뭐가 잘못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을 떠나갔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누군가 저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해오면 제가 먼저 상대에게 일정한 부담을 지웁니다. 즉, 제 도움으로 인해 일이 잘 해결되고 일정한 수익이 생기면 그에 비례해 저에게도 사례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것은 제게 굉장히 부차적인 일입니다. 그건 단지 서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만든 규칙입니다. 단언컨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 도움을 옆에서 보고 배워 스스로 홀로 서는 시기를 좀 더 단축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제 도움을 얻었던 분이 성장한 후에 저도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단련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고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다면 힘들어도 끈기 있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투자의 세계는 한없이 냉정합니다. 방금 전까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오래도록 투자의 동반자로 함께하자던 사람들도 돈 앞에서는 안면 몰수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런 투자판에서 오래도록, 그리고 잘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매번 남의 도움만으로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는 결국 홀로 서는 힘을 길러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력을 키우며 조금씩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투자판에 들어온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한창 부동산경매를 배우러 다니던 때의 일입니다. 전라도 광주에 아주 좋아 보이는 단기투자 물건이 나왔습니다. 변변찮은 실력이어서 물건 보는 눈은 없었지만 그래도 당시 제 눈에는 엄청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다가 제 주변에서 부동산경매를 하는 사람 중 어느 누구도 그 물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 혼자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찾았다고 좋아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탐나는 물건이었습니다. 꿈속에도 그 물건이 나올 정도로 정말 그 물건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200평의 넓은 땅 위에 건평 100평의 저택이라고 부를 만한 웅장한 집이 세워져 있었는데 건물은 매각에서 제외되고 땅만 경매에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여러 차례의 유찰 끝에 원래 2억이 넘는 땅의 가격이 1억 밑으로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처음 이 물건을 찾고 나서 저는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꼭 제가 낙찰 받아야만 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입찰일 전날 내려가 물건에 대해 조사해보고 입찰에 참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에는 한마디로 겁이 없었기에 뭐든 하면 잘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딱 맞는 시기였습니다.
광주로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생각보다 먼 거리에 조금은 놀랐습니다. 여러 번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며 그렇게 멀고 먼 광주에 오후 5시쯤 도착해 현장부터 갔습니다. 직접 보니 경매정보지 상에 나와 있는 사진보다 건물이 좀 낡긴 했지만 그래도 그 물건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눈엔 딱 그렇게 보였습니다.
낙찰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습니다. 그냥 워낙 좋은 물건이니 낙찰을 받으면 바로 되팔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저 그런 망상에 사로잡혀 무조건 낙찰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가졌습니다. 낙찰만 받으면 어떻게 되든 잘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제가 하는 일은 항상 잘 풀릴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그때는 제게 그런 시기였습니다.
두려움 속에
입찰에 뛰어들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법원에 가기 전 현장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저는 그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어제 보지 못했던 검은색 고급 차량 두 대가 집 앞에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뭐지?’
순간 온 몸이 ‘쎄~’ 하면서 오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질적으로 저는 강한 것과는 거리가 꽤 먼 사람입니다. 분명 제 성질이 더럽긴 하지만 그렇다고...